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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위안부 할머니들 다 죽기를 바라… 하지만 난 안 죽습니다, 사죄받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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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위안부 할머니들 다 죽기를 바라… 하지만 난 안 죽습니다, 사죄받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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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미 의회서 회견
“아베가 할머니들 다 죽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안 죽습니다. 저는 다 해결하고 아베한테 사죄받고 죽을 겁니다.”

23일 낮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의 한 회의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의 취재진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어 문 밖에서까지 녹음기를 든 기자들이 있었다. 회의실 안에서는 다홍색 비단 저고리 차림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7)가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 할머니는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이 열리는 미 의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아베가 연설하는 앞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역사의 산증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미 의회 연설 때 아베가 나를 볼 수 있도록 그 앞에 앉게 해 달라”며 “아베는 바른 말로 그리고 양심적으로, 또 법적으로 공식 사과를 하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얘기는 이날 워싱턴포스트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이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14세 때이던 1943년 10월 어느 날 밤 잠자다 깨어서 동네 소녀 4명과 함께 일본군에게 끌려간 뒤 결국 대만의 일본군 가미카제 부대 위안소에 배치된 사연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는 “나는 결코 이 남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행복을 누리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내 권리는 모두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인터뷰를 이렇게 맺었다. “누구를 증오하거나 원한을 품고 싶지는 않지만 내게 일어난 일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사내대장부처럼 행동하고 범죄의 진실을 직면해야 한다. 나는 젊음을 도둑맞았지만 죽기 전 그의 사과를 받고 싶다.”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회장 이정실)가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앰네스티인터내셔널 워싱턴지부 티 쿠마 국제옹호국장은 “아베 총리는 아마도 이용수 할머니 같은 용감한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나고 사람들도 잊어버릴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이는 큰 착각”이라며 “이 할머니 같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사죄해야지 사후에는 의미가 없다. 아베 총리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