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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허술·방만'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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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허술·방만'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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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작은 일이 큰 일을 이루게 하고, 디테일이 완벽을 가능하게 한다." 휴렛팩커드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의 말이다.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얘기다. 사소한 일처리 하나에서도 어떤 사람이나 조직의 면모를 엿볼수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최근 업무처리 방식도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얼마 전 산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관련된 보도자료 이메일을 하나 보냈다. 공단에서 상임이사인 사업본부장을 새로 임명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상임이사가 현직 건축사무소 임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임이사면 '상근'한다는 의미다. 이상해서 보도자료에 적힌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총무인사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인사 담당자는 "보도자료이므로 홍보전략실로 물어보라"고 했다. 인사업무 부서에서 상임이사 경력을 제대로 모른다는 게 의아했지만, 일단 홍보전략실로 전화를 했다. 여기서 '전직'인데 현직으로 잘못 표기된 것이 확인됐다.

납득하기 어려운 게 하나 더 있었다. 공단 내에는 홍보담당 부서가 버젓이 있었다. 그런데도 왜 굳이 감독부처인 인사혁신처의 대변인실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지 물었다. "공단을 직접 출입하는 기자들이 없어 인사혁신처 대변인실의 손을 빌어 자료를 배포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단의 홍보전략실 직원은 실장·부장·차장 등 모두 5명이라고 했다. 그 인력으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는 연락처 명단 하나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홍보전략실 부장은 내용만 알지 어떤 경로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국회에선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공무원연금의 구조 개혁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는 데 지금까지 약 15조원의 나랏돈이 들어갔다. 어떤 방식이든 '더 내고 덜 받는' 구조 개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5년 이후에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7조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

공단 입장에선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보도자료 배포와 같은 단순 업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공단 측의 허술하고 무사안일한 단면은 '그들이 과연 구조개혁 이후 공무원연금 관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공단은 이미 올초 국회 업무보고에서 "500명이 조금 넘는 직원이 관리·운영비를 500억원이나 쓴다"고 지적받는 등 방만경영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소한 일상적 업무처리에서조차 방만하고 말끔하지 못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개혁해야 할 것은 '공무원연금의 구조'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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