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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가장이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과 식사하고 대화하듯, 비즈니스맨들은 업무를 보고 호텔로 귀가하는 셈입니다. 이들에게 '가정', '가족'이 되어드리는 게 호텔리어의 역할입니다."
관광 명소 명동에서 25년 동안 호텔리어로 살아온 이가 있다. 그는 지난 3월26일 세종호텔의 첫 공채 출신 총지배인이 됐다.
그의 꿈은 손님들에게 세종호텔이 안락한 가정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시설과 규모보다 인적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호텔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오세인(50·사진) 세종호텔 총지배인을 최근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 베르디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검은 양복, 깔끔하게 고정된 머리의 그는 인터뷰 내내 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단정함이 몸에 밴 탓인지 종종 다른 호텔에서도 직원으로 오해받곤 한다.
"호텔리어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배기 마련이다. 용모를 단정하게 유지하고 대화와 동작도 신경써야 한다. 하지만 호텔리어의 가장 기본은 인성이다. 호텔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인성을 바탕으로 시설, 시스템 등 물적 요소를 더해야 손님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오 총지배인은 1989년 세종호텔에 공채 입사했다. 그동안 객실부 판촉과 과장, 식음료부 및 관리부 부장 등을 두루 맡았다. 법대를 졸업한 그가 호텔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88년 서울 올림픽이다.
"우리나라가 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특1급 호텔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문 계열이나 관광 관련 학과 전공을 가진 이들이 주로 호텔에 입사했다. 전 세계화가 시작되고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면, 관광 산업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호텔리어는 민간 외교관이나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대화하고 움직인다. 현대 산업의 가장 정점인 분야에서 일한단 마음으로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 총지배인은 호텔이라면 특정 나라 고객에게 집중한 운영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도 이들을 유치해야겠단 생각보다, 누가 오더라도 가족처럼 대하겠단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호텔리어 철학은 인생에 큰 추억을 남겼다. 세종호텔의 단골고객이었던 조만호 당시 정무1차관이 결혼식에서 직접 주례를 맡아준 것이다.
그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세종호텔 근처에 위치했다. 변호사 출신인 분이라 법대를 다녔던 점을 돌이켜 대화를 나누고 친밀해졌다"며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시더니 감사하게도 먼저 주례를 제안했다. 그러고 보면 세종호텔은 인생에 많은 선물을 안겨준 곳이다. 제 배우자도 세종호텔 한식조리사 출신이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호텔에서 일하며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 재단이 운영 중이다.
"세종호텔은 특히 호텔·관광 관련 학과로 유명한 세종대학교 재단이 운영해 장학 혜택을 많이 제공한다. 입사 전에 관련 학업을 이수하지 않았더라도 사이버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운영 기반이 국내 토종호텔임에도 외국인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종호텔은 늘어가는 명동 호텔들 사이에서 객실 점유율을 80% 이상 꾸준히 유지하는 중이다.
오 지배인은 "세종은 반세기 역사를 가진 호텔이다. 세계적인 망을 가지고 있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지만 세종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정체성)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며 "또 세종대 재단이 운영해 이윤 추구나 확장을 최우선으로 삼지 않다보니, 질적인 서비스를 우선시한다. 일본의 단골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것도 서비스 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채 출신인 오 총지배인은 세종호텔이 손님들에게 편안한 가정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25년 근무하는 동안 '세종가족'이란 용어를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은 장기 근속자가 많다. 세종가족이란 정신이 직원들을 유대감으로 이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서비스도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오 총지배인도 그의 후배들이 '가족'이란 마음가짐을 잃지 않도록 도울 계획이다.
"지난해 특1급 호텔로 승격됐다. 일반 고객들이 인식하는 특1급 호텔의 기준인 외형, 규모가 아니라 시설과 서비스의 질을 인정받은 것이다. 식음료 부문을 다른 호텔들과 달리 직영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갤러리를 통해 문화를 전달한다. 특히 인적 서비스 면에서 세종호텔은 역량이 뛰어나다. 우리 직원들이 호텔리어로서의 목표를 간직하며 정진하길 바란다. 고객을 가족이란 마음으로 대할 때 감동이 전해지고, 그들이 다시 호텔을 방문한다. 이런 세종만의 정신으로 100년, 150년 발전해 나가겠다."
jab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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