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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개혁, 결국엔 ‘저복지 vs 고복지’ 대결

헤럴드경제 박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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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개혁, 결국엔 ‘저복지 vs 고복지’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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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공무원연금개혁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구성되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와 지난달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속에 잠정 중단됐다가 재가동되는 공무원연금개혁특위가 오는 7일부터 제각각 논의를 진행한다.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양쪽 모두 논의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기구에서 내놓는 결과가 특위 활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반대로 특위의 논의 내용이 실무기구에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혼선은 기술적인 부분일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복지 수준에 대한 여야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개혁을 둘러싼 이견은 복지수준에 대한 여야의 생각 차이와 맥이 닿아 있다. 여당은 ‘저부담-저복지’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야당은 ‘고부담-고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복지 수준에 대한 생각이 다른 두 집단의 의견을 좁히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렵다.

복지 수준을 둘러싼 논란은 작년 10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세금을 덜 내고 낮은 복지수준을 수용하는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세금을 더 내고 복지수준을 높이는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김 대표는 선택의 필요성을 말했을 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그 같은 선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의 방향과 관련해 “공무원연금개혁의 핵심은 지급율 삭감”이라며 “보험료만 올리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불균형한 수급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 아들, 딸들에게 부담을 물려주게 된다”고 말했다.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핑계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복지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공무원의 복지 수준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공적연금기능 및 노후보장 강화를 요구하면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상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용돈 수준으로 추락한 국민연금에 공무원연금수준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나라 복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으면, 국민 복지 수준을 좀 더 높여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며, 법인세 인상과 관련한 여야 이견도 이 같은 출발점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반응 또한 이 같은 저부담-저복지, 고부담-고복지의 방향성에 따른 차이다.

이런 여야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 속에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다.

아무런 대가없이 야당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으면서도 공무원연금개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낸 결과일 수 있지만,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이고 있는 야당에 먼저 신뢰를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부담-저복지와 고부담-고복지로 엇갈리는 여야의 입장 속에서 유 원내대표가 ‘중부담-중복지’라는 새로운 방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역할이 기대된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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