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악취 진동하는 '이규태 방산 비리' 끝까지 파헤쳐야

중앙일보 n/a
원문보기

[사설] 악취 진동하는 '이규태 방산 비리' 끝까지 파헤쳐야

서울흐림 / 7.0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어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비 1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의 전자장치를 방해하는 훈련장비다. 2009년 4월 터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13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회장이 당초 5100만 달러 규모인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돈을 가로챘다는 것이 합수부의 설명이다. 그는 2009년에도 ‘불곰사업’을 진행하면서 46억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방식으로 빼돌려 유죄를 선고받았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사용돼야 할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이처럼 허술하게 집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놀랍고 한심할 뿐이다. 이 회장은 빼돌린 나랏돈으로 연예기획사도 만들고, 부동산 투자도 하는 등 개인적 치부(致富)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자식뻘인 한 여성 연예인과의 카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연예뉴스에도 등장한 특이한 이력을 고려할 때 그에게 방위사업 중개권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이 회장에 대한 향후 수사가 개인 비리는 물론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집중돼야 할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도봉산 기슭 야적장의 한 컨테이너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는 수사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수품에는 이 회장이 직접 관리하던 녹음테이프와 음성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 불곰사업 관련 비밀 장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이 회장이 어떻게 방위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이 과정에 어떤 사람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해야 한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수사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 국방사업을 이용해 세금을 빼먹는 파렴치범들이 더 이상 기생하지 못하도록 합수단 관계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