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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령에 헌화하는 장병들(자료사진) |
오는 26일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격침된지 5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 사건으로 46명의 해군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온라인에서는 “미군 잠수함과 천안함이 충돌했다”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폭침이란 증거는 0.0000001%도 없다”는 등의 유언비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보의식 약화’ 등을 지적하며 ‘색깔 논쟁’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정부의 발표를 국민들이 불신하는 이유를 살펴보는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불신의 상징’이 된 천안함
천안함 폭침은 사회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거치면서 심해졌다. 특히 SNS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기류가 강해졌다.
지난해 11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 SNS를 중심으로 ‘천안함, 세월호에 대한 진실, 정윤회와 십상시, 의문스러운 게 많다’는 이야기가 급속히 유포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코쟁이(미군을 지칭) 잠수함이 천안함을 들이받아 코쟁이 시체를 수습하다가 한주호 준위가 죽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트윗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타살당했고, 천안함 침몰은 국방비리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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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 후 인양되는 천안함(자료사진) |
군 관계자는 “젊은이들은 세월호 사건과 군 가혹행위 논란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며 “이러한 경험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갖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의심사회·증거중독’ 희생양 전락 우려
전문가들은 천안함을 둘러싼 음모론의 근간으로 세월호 사건과 군 가혹행위 등으로 강해진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와 증거 중독을 지목한다.
서울대에서 발행한 ‘2015 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증거 중독이란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 한 그 무엇도 믿지 않으며, 내 눈으로 확인하고 지인들과 공유하며 검증해야 확신을 갖는 것을 말한다.
세월호와 군대 내 가혹행위 사건 초기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국민들은 이후 드러난 진실 앞에 경악했다. 이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의 불신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은 주어진 정보를 한번 꼬아서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의 바다’에 스스로 뛰어들어 진실을 찾아해매는 ‘증거 중독’ 증세를 보인다.
여기에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SNS를 통한 정보 전파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정보를 ‘받는 수준’을 넘어서 ‘선택하는’ 단계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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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5주년을 일주일 앞둔 1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전시된 피격 천안함 앞에서 해군 장병이 천안함 46용사를 위한 진혼곡을 연주하고 있다. |
한 경영학부 교수는 “이러한 시기에는 정보제공자의 신뢰와 권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월호 사건처럼 잘못된 발표를 하면 정부 발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음모론을 양산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인사는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국민의) 안보의식이 약해졌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왜 음모론이 그치지 않는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는지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천안함 음모론과 같은 불신을 없애려면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