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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쇼’ 셰프테이너 7인… 요리만큼 맛있는 입담, 푸짐하게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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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쇼’ 셰프테이너 7인… 요리만큼 맛있는 입담, 푸짐하게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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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방극장은 ‘셰프테이너’(셰프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의 전성시대다. 주방에서 요리 솜씨를 자랑하던 셰프들이 지상파, 케이블 TV 할 것 없이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전방위적으로 누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눈앞에 차려내는 데다 호감형 외모에 재기 넘치는 입담까지 갖춰 시청자들을 끌어모은다. 셰프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는 <올리브쇼>(올리브TV)는 스타 셰프를 양성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주제에 따라 요리를 차려내고 서로의 음식을 맛본다. 그중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시청자가 투표하는 것이 프로그램 진행방식. 최근 서울 가양동 <올리브쇼> 스튜디오에서 주목받는 셰프 7인을 만났다. 최현석, 오세득, 이찬오, 김호윤, 황요한, 임희원, 김소봉 셰프가 그들이다.


■ 셰프테이너 시대 누가 이끄나

최현석 셰프는 스타 셰프 대표주자다. ‘허세’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는 그는 뛰어난 입담과 순발력으로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자랑한다. 20년 넘는 경력을 지닌 그는 방송출연 수년 전부터 팬카페도 있는 유명 셰프였다. 부모와 형제 모두 요리에 종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요리에 빠지게 됐다. 사춘기 시절 무술에 관심이 많았고 가스펠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다는 일념이 현재의 오세득 셰프를 만들었다. 대학 조리과에 진학했고 미국 요리학교 ICE에서 프랑스요리를 공부한 뒤 2007년 돌아와 서초동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당시의 여자친구와는 헤어진 지 오래다. 그는 “아마 그때 여자친구가 많이 아팠더라면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교 시절 수영선수였던 이찬오 셰프는 호주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다 뒤늦게 요리에 눈을 떴다. 레스토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주방에서 일하는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요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주방에서 살다시피하며 기초를 다졌고 6년 만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책임셰프가 돼 호주 지역신문에도 소개됐을 정도. 프랑스, 네덜란드를 거쳐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 등에서 일했으며 곧 개인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다.

김호윤 셰프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요리사를 꿈꿨다. 아버지의 반대로 공대에 진학했으나 2년 만에 자퇴하고 요리학교에 갔다. 같은 꿈을 갖고 있던 친구들에 비해 늦었다는 생각이 그를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살게 만들었다. 현재 그는 서래마을에서 한식을 바탕으로 서양식 요리법을 접목한 음식을 내놓고 있다. 임희원 셰프는 할머니 병구완에 매달렸던 엄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혼자 밥을 해먹어야 했다. 끼니 해결이 귀찮아 라면가게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일찌감치 현업에 뛰어들어 요리를 배웠다.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뒤늦게 농대에 진학해 식재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오는 5월 홍콩에서 문을 여는 퓨전 한식레스토랑에 헤드셰프로 가게 된다. 김소봉 셰프는 궁중요리를 했던 할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남다른 미각을 키울 수 있었다. 군복무를 마친 뒤 일본 핫토리 요리학교에 유학했고 현재는 이태원에서 일본 가정식을 기반으로 한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다. 매사에 무심하던 고교생 황요한을 요리사의 길로 안내한 것은 우연히 본 TV 화면에서 화려한 칼질을 선보이는 셰프의 모습이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요리에 빠져 살던 그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호주 코르동블루 유학길에 올랐다. 스테이크로 이름을 날리는 그의 삼시 세끼는 주로 배달음식. 황 셰프는 “아마 집에서 칼 잡는 셰프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리브쇼>에 대한 궁금증

메뉴 준비는 = 촬영 2주 전에 주제를 받고 연구한다. 겹친다면? 제작진이 알려주니 바로 바꾼다. 서로 의논하는 건 절대 없다.


맛없는 음식이 나오기도 하나 = 아주 가끔 ‘요상한’ 맛이 나오긴 한다. 재료를 넣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대충 어떤 맛일지는 상상된다. 그런데 가끔씩 저래서 무슨 맛이 날까 싶은데도 희한하게 맛있다. 요리로 밥 먹고 사는 건 다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맛과 시청자들이 선택하는 맛에 차이가 있나 = 시청자들은 주로 따라하기 쉬워보이는 요리를 선택하더라.

방송과 실제 모습에 차이가 있는 셰프라면 = (이구동성으로) 오세득 셰프다. 같이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 기발하고 재치있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작 필요한 타이밍이 아닐 때 나오다 보니 항상 잘리는 거다. 김호윤 셰프는 요리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진지하고 학구적이라 쇼라기보다는 강의에 가깝다. 많이 잘린다.

요리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끼니를 혼자 때운다. 혼자 먹는 시간에 대한 심리적인 보상을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것 아닐까. 게다가 훈훈한 남자들이 떼로 나와 요리를 해준다는 건 <올리브쇼>만의 장점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우르르 나오는 엑소나 소녀시대가 인기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