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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 중단, 5·24 해제… 천안함 5주기 ‘보수 정서’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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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 중단, 5·24 해제… 천안함 5주기 ‘보수 정서’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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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당분간 삐라 중단”… 고비는 넘겼지만 위험 여전
여당 “대범한 정책을” “북 사과 없이 5·24 해제 불가” 격론
천안함 5주기(26일)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 3년차 남북관계를 가름할 ‘천안함발 변수’들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남북 간 가파른 대치의 원인이 된 대북전단의 경우 ‘살포 중단’ 가능성이 돌출하고,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놓고 여권 내부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모두 올 한 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북전단과 5·24 조치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보수 정서가 천안함 5주기를 전후해 고조된다면 다시 발목을 잡힐 공산도 크다.

■ 대북전단 문제 어디로?

천안함 5주기를 전후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했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3일 돌연 “당분간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영원히 중단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26일 이후 다시 추진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당장 충돌·파국의 고비는 넘겼지만 천안함 사건을 ‘특대형 모략극’으로 규정해 온 북한이 사과할 가능성은 없어 위험은 여전하다.

앞서 박 대표를 비롯한 5개 민간단체는 26일을 전후해 50여만장의 대북전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암살을 소재로 한 <인터뷰> DVD·USB를 각각 5000개씩 살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인민군 전선부대들의 공개통고’를 통해 “화력 타격 수단으로 경고 없는 무차별적 기구소멸작전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평화적인 전단에 총질하겠다는 것이 평화 파괴자 아니냐”며 “북한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살포 강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민행동본부 등 타 단체와의 회의 후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정부 역할은 거의 없었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표 측에 면담을 제의했으나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전단이 남북관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통일부는 대북전단을 인권 차원보다는 남북관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도 무슨 일이 벌어지게 해 (북풍을) 선거에 이용할 속셈이 아니라면 대북전단 살포를 강력 단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여당 내 5·24 해제 격론

새누리당은 ‘5·24 조치’ 해제 여부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지도부가 모인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엇갈린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5·24 조치를 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5년 전 역사를 상기한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의 일방적 해지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도발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에서 5·24 조치의 전면 해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안함 5주기를 앞두고 ‘5·24 조치 해제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대박론’ 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자, 여당 일부에서도 ‘5·24 조치 해제론’이 제기돼온 데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인제 최고위원은 곧바로 유 원내대표 발언을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저는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그것(5·24 조치)이 꼭 지혜로운 조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5·24 조치는 양자 간 계약이 아니므로 우리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 실시하면 그만이다. 해주고 말고 할 대상도 아니다”라며 “통일을 향해 대범하게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경·유정인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