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책임 회피에만 일관, 정부도 '정치적 결단' 머뭇
광복 70주년 등 대화 기회 이어져…해답 실마리 찾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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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5주기를 일주일 앞둔 1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를 찾은 해군장병들이 묵념하고 있다. 2015.3.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지 26일로 5주기를 맞이함에도 남북 관계를 감싸고 있는 '천안함 부담'은 여전히 그때와 다름 없는 큰 그림자로 남아있다.
남북은 지난 5년간 단 한차례도 천안함 사건과 이로 인해 취해진 '5·24 조치'를 남북 대화의 정식 의제로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의 소행 자체를 부인하는 북한과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입장이 충돌하는 상황이 매년 똑같이 반복돼왔다.
당시 사건 발생 두달여 만에 대북 경협과 교류를 차단하기 위해 내려진 정부의 5·24 조치로 인해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완전히 중단된 남북 경협은 5년째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교류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남북은 지난해 초 7년 만의 고위급 접촉, 3년4개월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사상 초유의 남북 고위급 회담을 거치고도 해묵은 5·24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꾸준히 제기된 5·24의 해제 필요성과 요구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는 입장을 변함없이 고수했고 이때마다 북한은 오히려 "5·24 조치의 해제가 남북대화의 조건이 될 것"이라며 몽니를 부렸다.
올들어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5·24 조치의 해제와 연계시키는 등 북한은 여전히 '책임있는 조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남북 간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대북 비료 및 식량 지원 등 남북이 각기 필요로 하는 의미있는 사업들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만 있다.
남북은 올 초에도 불거진 잠깐의 대화 분위기를 결국 살리지 못하고 이후 한미합동군사훈련, 대북 전단, 개성공단 문제 등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인 올해 남북이 각기 관련 대화 및 행사 추진을 공언하고 있어 남북대화의 추동력은 다가오는 여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이 각기 올해를 두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상황에서 본격 대화가 개시될 경우 5·24 조치에 대한 의미있는 대화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5·24 조치를 남북 간 대화의 의제로 상정할 수 있음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5·24 조치의 해제 문제가 남북 간 대화의 의제로 조차 상정되기 어려웠음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5·24 조치에 대한 '정치적 결단'의 첫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2013년 한국과 러시아가 러시아 철도공사의 한반도 종단철도(TKR)-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의 시범사업인 나진-하산 구간 철도 복구와 나진항 제3부두의 현대화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합의하고 이후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등 일련의 움직임에서 5·24 조치는 이미 단계적으로 해제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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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러시아 석탄을 싣고 북한 나진항을 거쳐 경북 포항신항에 도착한 신홍바오시(중국선적 3만2911t급)호가 하역작업을 하기 위해 부두에 정박하고 있다. 2014.12.1/뉴스1 2014.12.0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
학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5·24 조치의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5·24 조치 해제 같은 민감한 문제 등은 결국 남북 최고지도자의 결단 속에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여전히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부가 조급한 5·24 조치 해제 움직임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은 여전한 부담이다.
또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도 아직 5·24 조치의 해제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채널의 남북 간 교류가 막힌 상황에서 북한이 김정은 집권 후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협력에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의 북한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의지와 욕구가 있다"며 "5·24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선 박근혜 정부 들어 공식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남북 간 비공식 대화를 천안함 및 5·24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공개 대화에서 민감한 문제에 대한 속내를 숨기는 북한의 특성을 감안해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면서 우리 측도 실리는 얻는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최근 청와대 통일비서관 출신의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며 '남북 간 실질적 대화 추진'을 공언한 것은 일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앞으로 남북간 대화에서 대화 자체는 물론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중점을 둔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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