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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CCTV…'방산비리 척결법' 국회서 제동(종합)

머니투데이 서동욱 박소연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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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CCTV…'방산비리 척결법' 국회서 제동(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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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출석' 이준석 "尹이 어떻게 대했는지 다 알아…무리한 시도"
[[the300][런치리포트-'방산비리 척결법' 국회 제동]]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산업 비리가 끝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하기 위한 정부 법안이 6년째 국회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국민 전체의 권익과 편익보다는 이해 집단 및 기업의 이익이 법안 심사의 우선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위원회판 '어린이집 CC TV 설치법안'이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9일 국회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방산비리'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은 이달초 끝난 '2월 임시국회'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를 열고 정부가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신학용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방위사업 원가관리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처리를 보류했다.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 어떤 내용이길래...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은 정부가 방산업체로부터 원가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조사·분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원가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국가 예산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하게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방위사업은 연간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임에도 70% 이상이 독과점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 업체가 제출하는 원가자료에 기초해 계약금액이 결정되는데 자료 미제출시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부가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원가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것'.

법안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방위사업청 등과 방위사업 계약 시 원가계산서와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 원가자료는 관련 수급사업자의 원가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국가가 원가자료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업체 사무실에 출입해 조사를 벌일 수 있다.

'인센티브'와 '과징금' 조항도 포함돼 있다. 원가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한 경우 원가계산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원가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벌칙' 조항도 있다. 원가부정을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인과 개인 모두를 벌할 수 있도록 했다. 원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한다. '부정당업자'는 향후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야 '방위사업 위축' 한목소리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방위사업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대기업들마저 방산분야를 포기할 정도로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기업체에 개입해 하청기업의 책임마저 떠맡게 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원가관리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방산비리 척결'을 누구보다 앞서 주장해온 국방위 의원들이 막상 방산비리를 감시할 법안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갖춘 방산업계의 로비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위사업체들도 공개적으로는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산물자가 다수의 하도급 업체를 통해 제조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업체를 상대로 원가자료를 수집하고 산정할 인력 및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산비리'를 적발하기 위해 선량한 대다수의 업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드러난 과실 없이 일괄적으로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방산비리의 주범인 해외 업체와 대규모 납품비리를 주도하는 '군피아' 등은 놔둔 채 금액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가 부정'만 겨냥한다는 점도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법안이 그간 관례적으로 용인된 부정을 드러내고 방위사업을 투명하게 하는 신뢰회복의 첫걸음이 되리라는 원론에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국방위 의원들 중 일부는 당초 법안에 찬성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 입장으로 전환,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방산비리가 주로 소규모 납품업체에 집중되면서 원가공개가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면서 "일부 의원들은 법안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2월 국회 때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서 발목잡힌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3대 쟁점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이 수년째 표류하면서 다음 국회에선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안이 업계의 끊임없는 '로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국회가 시급히 법안을 처리해야 할 이유다.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쟁점을 살펴봤다.

◇실현 가능성 = 방산업계가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법안의 실행 가능성이다. 지난해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는 '원가 자료'의 측정이 얼마나 단순치 않은지에 대한 예시가 제시된 바 있다.

전차를 만드는 한 체계업체는 "방사청이 요구할 경우 나사못에 대한 원가자료까지 취합해 제출해야 한다. 중소업체는 하루아침에 '나사못' 1개당 철근 몇 g이 사용됐는지, 투입된 인원 수는 몇 명인지, 얼마의 시간을 투입했으며 사용된 기계의 감가상각비는 얼마인지 등 원가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열악한 중소업체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의 '성실협상법'은 하도급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7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면 모두 법안 대상이 된다"며 "반면 우리 법안은 원칙적으로 1차 협력업체만 대상이 되고 예외적으로 1차 협력업체가 방산업체인 경우에만 2차 협력업체까지 포함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책임의 '형평성'

= 책임주체와 공정성 문제도 쟁점이다. 지금의 법안은 가격 책정과 사후 검증 책임을 업체에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산업체들은 담당 공무원의 책임은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표한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정가격'이라는 것이 정부의 우월적 해석에 근거해 이뤄질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의 원가절감 노력은 부당이득으로 해석되거나 이익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법안이 통과돼도 업체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2011년 이후 이미 정부가 업체자료를 받아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보면 예전과 바뀌는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국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관서 장은 계약상대자 등이 제출한 원가자료를 진실한 것으로 추정해 임의로 원가자료의 금액을 감액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효과 논란... 일단 시행후 보완 주장도 = 방사청이 법안의 효용성을 말하는 주요 근거는 '원가부정 예방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방사청에 따르면 법안이 최초 발의된 이후 2011년부터 원가부정 적발 건수는 늘어났지만 대부분 법안 발의 이전 발생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의 원가 부정 행위는 2013년 적발된 1건이 마지막일 정도로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측은 이 법안이 '방산비리'의 '몸통'은 놔둔 채 '꼬리'만 잡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법안은 국내와 해외업체를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해외업체는 이 법안으로 규제하기 어려워 국내업체를 역차별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일회적이고 원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수사기관의 조사보다 상시 업무협조 관계에 있고 원가전문성이 있는 방사청의 원가조사가 원가부정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 때문에 일단 법을 시행하고 보완입법을 통해 완성된 법안을 만들어 가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위사업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업계 등의 반발이 거센 만큼 일단 법안을 시행해 보고 추후 시행령 등을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막전막후 속기록]"삼성이 오죽하면 방산 안하나"…업계옹호 한목소리

국회 국방위원회.(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스1

국회 국방위원회.(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스1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심사했다.

원가자료를 제출받아 원가 부정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이 법안은 지난 6년간 두 차례의 공청회와 법안소위를 거치며 폐기와 수정, 재발의의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오랫동안 조율을 거친 만큼 통과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이날 법안소위에서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법안을 보류 결정했다. 긴 시간 동안 업체와 방사청 양측과 원만한 조율을 이뤄냈다고 자신한 수석전문위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안소위 위원장마저 민망함을 표했다.

다음은 국회 속기록 중 일부 내용이다.

-손인춘 의원(새누리당) = 삼성이 왜 갑작스레 방산 분야를 전부 포기했을까요? 한번 생각해 보셨어요?

-국방부차관 백승주 = 그 부분을 제가 심각하게 봅니다. 방위사업을 함으로써 여러 가지로 국가의 간섭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정부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고 늘 수사, 조사의 대상이 되어서 기업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되고 하기 때문에 아쉽게 생각을 하지만, 대기업들이 방위사업에서 속속 손을 털고 있는 상황은 저희들이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손인춘 의원(새누리당) = 원가라는 것 자체가 하청, 하청이 가져오지 않으면 계약 회사에서 원가를 공정하게 계산할 수가 없어요. 또 이렇게 하다 보면 부정행위가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앉아서 이런 규정만 자꾸 얘기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행정부는 그냥 편안하게, 무슨 문제만 생기면 '너희 기업체가 다 책임져라' 하는 의미만 갖게 되는 거고요.

지금 대기업이 원가를 다 오픈을 해버리면 외국 기업이나 우리나라 다른 기업이 이익도 없는 사업을 누가 원가를 노출해서 할 거며 도대체가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닌데 이런 것을 계속 주장만 하고 앉아가지고 도대체 원가관리를 하려고 하는 게 뭐냐 이거예요. 공정성? 뭘로 공정화를 해요? 기업체는 다 나자빠지고 죽어가는데 여기만 앉아서 규정으로 공정성, 이런 얘기가 됩니까?

또 한가지, 부조리를 다 누가 저질렀어요? 밖의 기업체가 저질렀습니까? 여기 앉아있는 실무자들하고 다 손발 맞춰서 저질러놓고 기업체에 전부 다 떠맡기려고 그러고…

-국방부차관 백승주 = 양해해주시면 이 법은 저희들이 좀 더 신중하게 다시 한 번 검토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석전문위원 성석호 = 이것은 더 논의하실 실익이 없습니다.

-한기호 의원(새누리당) = 수석전문위원님, 오늘은 왜 이렇게 강경하게 말씀하세요?

-수석전문위원 성석호 = 이것 저 굉장히 오랫동안 검토했습니다. 한번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한기호 의원(새누리당) = 오늘은 통과시켜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강경하게 얘기하세요?

-수석전문위원 성석호 = 담당 국장도 굉장히 고생했어요, 저도 고생했지만. 진짜 피나는 노력이 담긴 겁니다. 저희가 의견 수렴도 많이 하고 굉장히 공을 들인 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이 충족이 안 된다 그러면…

-백군기 의원(새정치민주연합) = 지난번에 하청업체가 서류를 이만큼 가져왔어요. 이것을 우리가 하려면 인원을 더 써야 되고 조직을 또 만들어야 되는데 참 곤혹스럽다는 얘기를 하던데요. 그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국방부차관 백승주 = 저희들이 임의 삭감, 권한 부분하고 조직을 새로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 검토를 해왔습니다만 한 번 더 검토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위원장 윤후덕(새정치민주연합) = 위원장으로서도 통과시키려고 오늘 결심하고 내가 다 섭외를 했는데 정부가 뒤로 빼니 틀어져 버렸네요. 정부가 뒤로 빼면 어떻게 해요?

-수석전문위원 성석호 = 여기 들어가 있는 것은 방위사업청하고 다 동의를 받아서 수정을 해놓은 거고 이 수정안에 대해선 방산업체에서도 이 정도면 자기네들도 통과시켜도 좋다고 인정을 한 거예요. 제가 양쪽을 다 불러가지고 굉장히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양쪽을 다 만족을 시켰다고 내놨는데…

-백군기 의원(새정치민주연합) = 근본적으로 나는 원가가 제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원청업체가 종합을 할 때 문제가 있다는 것 이런 것을 배려, 고려한다면 이 법안이 상당히 실효성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손인춘 위원님 말씀대로 행정만 늘어나고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면 괜히 우리가 악법을 만드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법이 만들어져서 소위 말하는 원가에 대한 관리가 획기적으로 좋아집니까, 어떻습니까? 내가 얼른 보면

우리가 지금 갑질의 횡포가 많잖아요. 그러면 원계약업체가 갑 아니야, 그러면 우리가 갑의 권한은 자꾸 강화시켜주고 을에게는 굉장히 부담을 더 증가시켜주는 이런 법이 과연 지금 현재 우리 국민정서에 맞느냐 하는 것이 내가 볼 때는 쟁점 같아요.

대통령께서는 자꾸 제재를 풀어주고 그야말로 중소기업이나 이런 일반기업들이 좀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라 하는 것이 큰 틀인데 우리가 이쪽 방위사업만 가지고 보면 지금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내가 지금 곤혹스럽다 그 얘기야, 추세에 안 맞다 이거지, 추세에. 크게 봐서.

-소위원장 윤후덕(새정치민주연합) = 자, 다음번에 또 논의해봅시다.

'율곡비리'와 '린다김', '통영함'까지…역대 방산비리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최근 출범 100일간의 수사 성과를 발표해 새삼스레 주목을 받았지만, 방산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뉴스를 장식해온 주요 방산비리 사건은 어떤 게 있을까?

방산비리 사건은 유신체제 이후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엔 5공화국 당시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박종규씨가 F-20 전투기 판매를 추진하는 미국 노스롭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 알려졌다. 한국 무기 로비스트의 시초 격인 박씨는 노스롭에 고용돼 정부 최고위층과 노스롭 회동을 주선하는 전방위 로비를 펼쳤지만 시험비행 중 추락사고가 발생하며 도입계획이 무산됐다.

1993년 '율곡비리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군 전력 현대화사업인 '율곡사업'의 일환으로 F-16 등 최신예 전투기와 구축함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상훈·이상구 전 국방장관과 한주석 공군참모총장 등 최고위층이 수천억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1996년 이양호 전 국방장관은 대우중공업으로부터 경전투헬기사업과 관련해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잇따르는 사회지도층의 '부패형 방산비리'는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이양호 전 장관은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이라는 걸출한 로비스트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000년 이른바 '린다 김' 사건. 미군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추자는 취지로 추진된 '백두·금강 정찰기 도입사업'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은 미모의 재미 로비스트 린다 김과 애정어린 편지를 주고받은 뒤 기종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린다 김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무인항공기 사업계획 등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줄을 이었다. 2008년 예비역 공군 소장 김모씨는 스웨덴 방산업체에 한국형 전투기 사업계획 등 군사기밀을 넘겨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엔 황모 전 한국국방연구원장이 외국에 군사기밀을 빼돌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1년엔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이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통영함 납품비리'는 방산비리의 총체라 할 수 있다. 2012년 건조됐으나 성능미달로 2년간 조선소에 발이 묶여있던 통영함은 수사 결과 1970년대 수준의 음파탐지기가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2억원짜리 성능미달 음파탐지기를 40억원에 구입, 납품하고 음파탐지기 시험평가서 등을 허위로 조작하는 과정에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현재 합수단은 전직 방위사업청 소속 오모 대령 등을 구속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방산비리를 뿌리뽑자며 2006년 방사청을 만들었지만 점차 방사청의 주요 보직을 '군피아'가 장악하면서 통제기능은 떨어지게 됐다.

지난해 11월 검사 16명을 포함, 105명이라는 최대 인력으로 출범한 방산비리 합수단이 의욕적으로 수사를 펼치고 있으나 정관계 로비 등 비리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합수단이 구속한 현역군인 5명 중 4명이 보석 등으로 풀려나는 등 군사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느 때보다 방산비리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이 때 '군 납품비리 척결'을 목표로 만들어진 첫 법안,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이 향후 국회 문턱을 넘어 방위사업 공정화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음파탐지기에서 전투기까지‥ 방산비리 근절 안하나 못하나

남궁기정 국방 감사 단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통영함 및 소해함 음파탐지기 구매 관련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남궁기정 국방 감사 단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통영함 및 소해함 음파탐지기 구매 관련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수상 구조함을 표방하며 지난 2012년 진수된 통영함.

해상사고에 대비해 만들어진 이 함정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통영함은 좌초된 함정을 구조하거나 침몰 함정의 탐색·인양 등의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건조됐지만, 해군이 수중 무인탐사기와 음파탐지기 등 구조관련 장비의 성능을 문제 삼아 인도를 거부하면서 참사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통영함이 출동하지 못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방산비리가 자리 잡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된 김모 전 해군 대령을 최근 구속했는데, 김 전 대령은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재직시 음파탐지기 시험평가 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군사정권 시절엔 '율곡 비리' 같은 권력형 부패사건이 주를 이뤘지만 2000년 이후 로비스트형 비리와 더불어 통영함 비리 같은 실무형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방산비리 사건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군사원조를 받거나 개인 소총 등 기본화기를 자체 생산하던 박정희 정권을 지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들어 대형 무기구매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왔다.

이 시기 군인들 사이에선 무기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 집을 마련한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특히 예비역 장군이 로비스트로 나서는 '전관예우'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군피아로 대변되는 그들만의 '이너서클'은 이렇게 형성된 것이다.

김영삼 정부 초반인 1993년 감사원은 '율곡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감사를 벌여 국방부 장관 등이 군수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터진 '린다 김 사건'은 로비스트와 군 고위인사들 간의 불륜 관계가 세상에 드러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군사기밀을 해외 군수업체에 고위 장성들이 적발됐다. 대형 무기계약이 정부간 대외군사판매(FMS·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으로 바뀌면서 납품업체에게서 돈을 받는 좀도둑 형태로 바뀌게 된다.

형태를 달리하면서 수십년간 비리 사슬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기도입 사업의 불투명성 △무기체계 구매인력의 전문성 부족 △군피아로 대변되는 고위직들의 전관예우 △방산비리 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 등을 꼽는다.

무기도입 사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외부 인사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된다. 무기의 요구 수준과 수량 결정, 후보 선정, 계약조건 등 모든 과정이 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무기체계의 생산과 도입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특정계층에 독점될 수밖에 없다"며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는 것이 방산비리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체계 구매인력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K-11 복합소총 총열이 터지고 해군 함정 포가 고장 나 제때 안 나가는데도 검사과정에서 과정에서 통과되는 것은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위직들의 전관예우 역시 방산비리의 주된 요인이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방장관 내정자로 지명됐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군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던 경력 등이 밝혀지며 결국 낙마했다. 방사청 출신 예비역 대령 4명은 전역 후 자신들의 업무와 동일한 분야의 방산업체에 불법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방산비리의 예방과 제재를 규정한 법안은 정부가 발의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방위사업법 공정화 법안)'과 신학용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방위사업 원가관리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원가부정 방지법안)'이 있다.

정부가 방산업체로부터 원가자료를 제출받아 원가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수년째 찬반논란을 거듭하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산비리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전관예우를 철저히 감시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가장 실효적 수단은 방산비리에 연루된 전역 군인들의 연금수급권을 박탈하는 등 군인연금을 통한 제재가 될 것"이라며 "군 퇴직자의 동일분야 취업금지 규정을 현행 2년에서 5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 공정화 법안, 6년의 여정


'방산비리' 예방과 제재 목적으로 고안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방위사업 공정화 법안)은 지난 6년간 방산업계와 법안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 양측이 조율하며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변화 과정을 따라가 봤다.

◇발단은 '군 납품비리'



법안 논의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단은 '군 납품비리'였다. 2009년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과 김영우 의원은 부당 행위 등으로 '부정당업체'로 지정된 업체가 제재기간 또는 직후 다시 납품업체로 활동하는 사례를 지적했다.

당시 김무성 의원은 "솜방망이 제재를 개선해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한 벌점제, 퇴출제 도입을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은 "한국에 물건을 팔 때 이 업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독점적 계약관계에 있는 업체들이라 자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 국방위원회는 방산업체의 납품관련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성 강화 방안, 원가검증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특별 조직 신설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2010년 '원가부정방지법안', 논란 속 '폐기'



'방위사업에서의 원가부정행위 방지 등에 관한 법률안'은 국정감사결과에 대한 시정방안으로 제시됐다. 방위사업청이 법률 초안을 작성하고 2010년 3월 김무성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법안이 규제 일변도로 규정돼 있고 원가자료·경영자인증서 제출 등 기업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며 기존 법령·제도와 모순되거나 중복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법안 명을 '방위사업에서의 원가관리 공정화에 관한 법률'로 수정했다. 경쟁계약을 원가자료 제출대상에서 삭제해 수의·개산계약만 대상으로 삼았고 방산내부회계관리제도 등 과도한 행정부담을 삭제했다. 부정당업자 3진아웃 제재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논란을 지속하다 18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3년 '방위사업 공정화법안', 수정 거듭…다음 회기에?



2013년 방위사업청은 정부 입법으로 '방위사업계약 공정화를 위한 원가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발의했다. 제18대 법안소위 위원장이었던 신학용 의원 등 10명도 2012년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2개 법안은 2014년 11월 공청회 등을 거치며 병합심사 중이다.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국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원가자료 제출 대상자를 1차 수급계약자까지로 축소 △계약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경우만 원가자료를 제출 의무화 △업체의 제출 원가에 대한 공무원의 임의감액 금지 △경영자확인서 및 원가관리관 조항 삭제 등을 담은 수정의견을 냈다.

방사청과 국방부는 법안이 충분히 수정됐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18대 국회 심사 중 업체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의견이 있어 대폭 완화된 대안을 마련해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회기종료로 폐기된 것"이라며 "이후 공청회 등 의견은 현재 전문위원 심사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일부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설명 중이며 지금의 안대로 상반기 내에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부분이 수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가 검증을 위해 조사할 수 있다'는 등의 조항은 여전히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또한 법안이 시행되고 시행규칙이 뒤따르는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살아나는 등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충분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동욱 박소연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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