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대신 '실질적 안전대책' 요구…미비한 법 규정 등 한계도
[대전CBS 김정남 기자]
대전지역에 밀집한 원자력 관련 시설에 대해, '불안과 반대' 위주였던 주민들의 대응방식이 시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 달라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3년 한전원자력연료㈜의 공장 증설 문제로 일어선 대전 유성구의 한 주민모임.
대규모 서명운동 등을 통해 공장 증설을 막는데 주력했던 이들의 활동 방향이 2년 새 조금 달라졌다.
![]() |
대전지역에 밀집한 원자력 관련 시설에 대해, '불안과 반대' 위주였던 주민들의 대응방식이 시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 달라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3년 한전원자력연료㈜의 공장 증설 문제로 일어선 대전 유성구의 한 주민모임.
대규모 서명운동 등을 통해 공장 증설을 막는데 주력했던 이들의 활동 방향이 2년 새 조금 달라졌다.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원자력 환경 안전 감시기구를 설치해달라는 것.
핵연료 공장을 비롯한 지역 원자력 관련 시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상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요지다.
전남 영광군을 비롯해 원전이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기구다.
주민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강영삼 씨는 "지역에 이미 많은 원자력 관련 시설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며 "우리가 마음 놓고 여기서 살아도 되는지, 안전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안은 그간 주로 이뤄진 '보상위주 합의-안전대책 미비-지역갈등' 방식에서 벗어나보자는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 역시 관철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강 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설명이다.
"너네가 전문가도 아닌데 뭘 안다고 떠드느냐.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주민들까지 선동하느냐..."
주민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숱하게 들은 말이라고 했다.
'잘 모르는' 주민이기에 오해와 불안을 줄여나갈 '투명성을 갖춘'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역 내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자체적으로 풀어나가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공존 노력'을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주민들과 지역 20여 단체들이 민간 원자력 환경 안전 감시기구의 설치와 실질적 역할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 제정' 청구 작업에도 팔을 걷어붙였지만, 현재로서는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금도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전지역 시설은 '연구용' 또는 '임시저장시설'이라는 이유로 빠져 있는 실정이다.
미비한 법 규정을 바로잡자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은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라며 "지난 2009년에도 임시저장시설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끝내 통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직도 안전이라는 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헛돈을 쓴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도 소극적인 편이고, 지역 내에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중앙정부 설득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년째 갈등과 불안의 대상이었던 지역의 원자력 시설을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주민들 스스로 방법을 찾기 시작한 가운데, 업체·시설과의 동등한 대화, 나아가 주민 안전을 가로막는 이 같은 '걸림돌'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jnkim@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