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방위사업비는 '눈먼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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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전투기편대. (합동참모본부 제공) © News1 |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수백억원의 전투기 정비대금을 가로챈 방위사업비리에 군대 인연에서부터 학연, 혈연 등이 총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등학교 동문들이 대표로 있는 중소기업을 외주업체로 섭외해 사기를 공모하고 부자지간이 도급·외주업체에 근무하며 짬짜미를 일삼았다. 여기에 예비역 군인들까지 가세하며 방산업체는 비리 조직으로 거듭났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해 2월부터 1년여의 수사를 벌인 끝에 예비역 공군 중장 출신의 천모(67·블루니어 회장)씨를 포함해 이 회사 대표이사 박모(53)씨, 사업본부장 천모(58)씨, 사업개발팀장 우모(55)씨, 회장 추모(51)씨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블루니어는 방사청과 공군군수사령부에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에 걸쳐 457억원 규모의 계약(32건)을 맺었으며 이중 243억원의 정비대금을 불법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블루니어가 수백억원의 정비대금을 가로챌 수 있었던 데에는 군 출신 예비역 장성들의 가담과 함께 끈끈한 학연, 혈연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루니어 대표 박씨는 이 회사 생산부 실장 출신이자 협력업체 A사의 대표이사인 신씨와 공군기술고등학교(현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 1년 선후배 지간이다. 또 다른 블루니어 외주업체 B사, C사, D사 등의 대표 3명도 모두 고교 동문이다.
진주에 위치한 공군기술고등학교는 항공기술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계 고등학교로 공범들은 선후배 지간으로 지냈다.
박씨는 고교동문이 대표로 있는 중소기업을 외주업체로 섭외한 뒤 블루니어가 이들 업체로부터 전투기 정비용 부품을 매입하거나 이들 외주업체가 해외업체로부터 부품을 수입한 것처럼 가장해 매입세금계산서와 수입신고필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짬짜미를 해 왔다.
또 블루니어 외주업체 중에는 블루니어 임원의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도 있었다. 아울러 박씨 일당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뒤 직원의 부인을 명의상 대표로 세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일당은 이같은 허위서류를 공군군수사령부와 방위사업청에 제출한 뒤 정비대금을 가로챈 것이다.
이들의 조직이 정점을 찍은 것은 전직 군인들이 가세하면서부터다.
2006년 공군 중장으로 예편한 천씨는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부회장·회장으로 재직했다. 또 박씨는 공군 정비병 출신이고 부회장 천씨는 공군 중장, 사업본부장 천씨와 우씨는 각각 공군 대령 등 출신이다.
대표 박씨가 전투기 정비대금 비리 사업을 총체적으로 설계했다면 이들은 실질적으로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섰다. 군 출신으로 전투기 정비사업 체계를 잘 알고 있던 이들에게 방위사업비는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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