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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연기력 아까운 황당 장면. MBC '압구정 백야'가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력과 상반된 황당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압구정 백야' 배우들로 쌓은 탑, 대사가 무너뜨린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드라마 사이 '막장' 장르를 개척한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극 초반에는 평범한 이야기 전개를 이어왔지만 최근 임성한 작가의 색깔이 다분한 '막장'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해 헛웃음 섞인 볼거리를 주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압구정 백야'에서도 다수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여러 신인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지만 요즘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하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주축을 이룬 탄탄한 출연진에도 분위기와 맞지 않는 대사와 황당한 노출 때문에 시청자는 실소를 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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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박하나, 하늘에 '맞짱' 뜨자. 박하나가 남편을 잃은 슬픔을 연기하다가 '맞짱'이라는 단어가 담긴 대사로 웃음을 터뜨렸다. /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배우 박하나는 '압구정 백야'의 여자 주인공 백야 역을 맡았다. 캐스팅 당시부터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시끌벅적할 것이 이미 예고된 작품에 주연으로 나설 때부터 시청자의 레이더망 안에 갇혔다. 반신반의하던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를 보면서 차츰 호평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박하나의 연기력은 두드러졌다. 백야는 조나단(김민수 분)과 결혼하자마자 사별하고 친모를 향한 복수는 놓치지 않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였다. 남편을 잃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실성한 백야는 섬뜩한 느낌까지 자아냈다.
지난 10일 방송된 '압구정 백야'에서는 백야가 조나단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 때문에 돌연 강원도 바닷가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할 듯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이미 세상을 떠난 친오빠에게 사과했다. 이어 "신이 있나요. 신이 있다면 나랑 맞짱 한번 뜨세요"라는 대사가 등장했고 감정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시트콤에서 나올 법한 대사가 툭 튀어나와 황당한 느낌을 안겼다. 물론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검은 옷을 입고 외로이 파도를 바라보며 삶을 곱씹는 백야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사여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시청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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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백옥담 노출. '압구정 백야'의 백옥담(오른쪽 위)이 뜬금없는 몸매 노출로 시청자를 당황하게 했다. /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장면 논란은 다음 날 방송분에서도 등장했다. 11일 방송된 '압구정 백야'에서는 육선지(백옥담 분)가 갑자기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장면이 나타났다.
육선지가 약혼자와 수영장을 가기 전 몸매를 점검하는 콘셉트였다. 하지만 이 장면은 전후 드라마 전개와 개연성이 없고, 더욱이 백옥담이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배경 때문에 뭇매를 맞아야 했다. 백옥담은 그동안 임성한 작가의 작품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연기력에 있어서는 흠 잡을 곳이 없지만 이번 '필요 없는 노출'에서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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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귀신이 귀신이 아니다. '압구정 백야'에서 죽은 김민수(오른쪽 아래)는 장면에 자주 등장해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
극 중 죽은 조나단은 잊을만하면 화면에 종종 등장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12일 오후 방송분에서도 조나단이 나타났다. 더군다나 그의 아버지 조장훈(한진희 분)의 목숨을 뺏으려 한다는 설정이어서 더욱 식은땀을 나게 했다.
'압구정 백야'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주목을 받는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방송 후에는 "배우들 연기력이 아깝다" "적은 내부에 있다" "작가가 배우들 안티?"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신인 배우의 등용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해당 배우들은 '임성한'이라는 이름이 고정된 이미지의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임성한 월드'에 갇힌 배우들의 연기력이 결국 '막장 드라마'를 지지하는 뒷받침이 된 상황이다. 앞으로 '압구정 백야'의 배우 사용법이 어떤 황당한 장면을 만들어낼지 시청자들은 벌써 두렵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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