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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애교 한복’, B급 코드를 향한 애정 혹은 애증 [패션톡]

매일경제 한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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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애교 한복’, B급 코드를 향한 애정 혹은 애증 [패션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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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아이돌 걸 그룹의 파격 패션은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 엉덩이를 반쯤 드러내는 마이크로 미니 팬츠도 모자라 노래를 부르며 치마 밑단 지퍼를 올리는 등 경쟁 하듯 B급 섹시코드를 내세운다.

19금 포르노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패션이 난무하는 가운데 ‘애프터스쿨’ 리지가 초미니 치마의 한복으로 B급 코드 무대의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솔로 음반 ‘쉬운 여자 아니에요’로 활동하는 리지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버전의 한복은 과도한 노출이 없음에도 표현 수위가 위트와 논란을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2월 4일 MBC뮤직 ‘쇼챔피언’에서는 티어드 스커트처럼 연출한 하얀 속치마와 노란 겉치마에 꽃무늬 저고리를 입어 어린아이를 연상케 하는 깜찍한 스타일로 무대에 섰다. 11일 같은 무대에 선 리지는 전과 유사한 치마에 속이 비치는 당의를 입어 전혀 다른 스타일로 시선을 끌었다. 5일 진행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푸른 치마와 속이 비치는 하얀 저고리의 다소 순화된 한복으로 무대에 섰다.

여기에 ‘루즈 삭스’처럼 연출한 버선과 높은 굽의 꽃신으로 아이돌 걸 그룹 필수 패션코드인 각선미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치파오, 일본 기모노 역시 성적 뉘앙스가 배어있다. 치파오는 볼륨 있는 몸매가 아니라면 아예 시도조차 꺼려지고, 기모노 역시 걷기 힘들 정도로 조이는 디자인으로 몸매를 드러낸다. 한복은 저고리와 치마가 교차하는 가슴선을 어떻게 처리하는 가에 따라 격과 에로틱을 교묘하게 오간다.


리지의 일명 ‘애교 한복’은 간혹 TV를 통해 보던 북한 기쁨조의 공연 의상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촌스러운 톤의 컬러와 머리 장식 등 다소 과장된 소품까지 리지의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극대화한 장치들이 등장한다.

무대의상은 과장된 표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걸 그룹의 노출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거리에서는 아연실색할 패션이 당연한 듯 오르게 된다. 그러나 한복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한창인 지금 B급 코드 방식으로 해석한 한복 무대의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전통한복 장인들은 대중화 명분을 내새워 현대의상처럼 세련된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한복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이처럼 생활한복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조차 무대의상으로서 한복의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평을 하기를 꺼린다.


이는 무대의상으로 재해석한 한복은 명확한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지의 한복 패션이 잘잘못을 따질만한 사안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키치함에 노출까지 더한 B급 코드가 적절했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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