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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이순신 없는 임진왜란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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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이순신 없는 임진왜란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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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하면 이순신 장군이 등장해 왜군을 섬멸시키는 통쾌한 전투 장면을 떠올린다. 지금까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은 모두 그랬다.

지금까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은 많았고, 그 중심에 서있던 선조, 류성룡, 광해군, 이순신을 다룬 작품들도 많았다. 그중 이순신이 등장하는 사극은 성공을 거뒀지만 이순신이 빠진 임진왜란 사극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임진왜란 시기의 인물을 다룬 '허준'은 허준이라는 인물의 삶에 초점을 맞췄기에 이순신이 언급될 필요는 없었지만 임진왜란 당시 정치, 사회 상황을 다룬 사극에서 이순신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임진왜란을 다룬 대하사극 '징비록'은 이순신 없이도 임진왜란 이야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징비록'은 이순신이 아닌 류성룡의 이야기이며 또한 임진왜란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서애 류성룡은 충무공 이순신을 천거한 인물로만 알려져 있지만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상 최대의 재난 속에서 왕을 제외한 모든 벼슬을 역임했고, 전국의 전장을 누빈 인물이었다. 또한 스승 퇴계 이황이 극찬할 정도로 뛰어난 학자이면서 병법과 국방에 관심이 많은 부국강병론자였다.

실질적으로 임진왜란을 초래한 정치 세력의 수장으로 자신의 책임을 피하지 않고, 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것은 물론 스스로 책임을 지고 낙향해 '징비록'을 저술하며 다가올 미래의 위기를 대비할 것을 주장했다.


나라의 부국강병보다는 일신의 출세와 입신양명을 위해 정적을 모함하고, 차도살인하는 당쟁의 시대에서 자신의 출세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정작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은 류성룡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콤플렉스로 인해 자신의 위신을 망치고, 나라까지 위기에 빠뜨렸던 군주 선조, 오직 군주의 마음만을 헤아렸던 윤두수, 정적과 맞서기 위해 정치 세력 확대에만 신경썼던 이산해 등 인물을 통해 진정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오는 14일 밤 9시 40분 첫 방송을 앞둔 KBS 1TV 대하사극 '징비록'은 전쟁사극으로만 그려졌던 임진왜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대하사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전망이다.

여창용 기자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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