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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정통 스시 전문점 ‘스시코우지’ 헤드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 씨 | “스시는 나온지 15초 안에 드셔야 제 맛”

시티라이프 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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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정통 스시 전문점 ‘스시코우지’ 헤드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 씨 | “스시는 나온지 15초 안에 드셔야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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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를 제대로 맛보려면 셰프가 식탁에 내놓자마자 바로 드셔야 합니다. 15초만 지나도 벌써 맛이 달라지기 시작하거든요.” 일본 정통 스시요리사 나카무라 코우지의 말이다. 실제로 스시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음식이다. 본고장 일본에서는 밥 온도가 체온과 같을 때를 가장 맛있는 타이밍으로 여긴다. 현재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스시코우지’ 오너 셰프로 근무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손님들과 스시 이야기를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 세상 모든 요리 맛은 온도가 좌우합니다. 따뜻한 음식은 따뜻할 때, 차가운 음식은 차가울 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나카무라 씨의 한국말 솜씨는 수준 급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한국인 아내 덕분이다.

일본 도쿄의 역사 깊은 스시 전문점 출신으로, 미슐랭가이드 쓰리스타 레스토랑 ‘칸다’ 에서 솜씨를 발휘하던 그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순전히 ‘꿈과 사랑’ 때문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다른 나라에서 선보이고 싶었던 것. 63빌딩 일식당 ‘슈치쿠’에 근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물론 아내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고.

“스시코우지에서는 최고급 스시와 사시미, 카이세키 요리를 제공합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진짜 일본 정통 스시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이 많이 찾아오는데요. 셰프와 교감하면서 최대한 즐겁게 드실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답니다.”

그는 훌륭한 요리의 조건으로 맛뿐만 아니라 ‘인간의 오감 만족’을 꼽았다. 가장 먼저, 보기에도 정갈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그와 함께 먹기 전 혹은 먹었을 때 느껴지는 향과 맛, 식감이 모두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스시집에 취업하면 청소와 설거지만 3년을 시킵니다.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겠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요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어머니가 해준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지요. 비록 1등은 못하더라도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드리겠다는 각오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스시의 달인다운 오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시코우지 특징이 궁금합니다.

한국에는 정통 일식을 표방하는 식당이 많지요. 그러나 재료나 내용 등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식당마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겠지만 스시코우지에서는 일본 전통의 맛을 구현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좀더 보충설명을 위해 ‘오마카세’라는 말을 소개하고 싶군요. 이는 셰프에게 그 날의 요리를 믿고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손님이 처음 방문하면 못 드시거나 싫어하는 식재료 등을 먼저 물어보고 그에 맞춰 서브합니다. 즉 열 분의 손님이 오면 열 종류의 오마카세 코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요리 비결이 따로 있나요.

식당 문을 열기 전에 생선 준비와 밥짓기 등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요.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면 맛이 떨어지더군요. 언제 찾아와도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답니다. 집중하는 것이 요리의 비결입니다.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내고 싶다’는 진심이 매일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기본이 되고, 손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심한 청담동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일본에서 유명한 스시집들은 대부분 도쿄의 긴자에 모여 있어요. 서로 선의의 경쟁 속에서 음식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도 서울 청담동, 특히 도산공원 주변으로 유명한 스시집들이 많이 모여 있어요. 다들 쟁쟁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도쿄 긴자거리의 스시집처럼 선의의 경쟁을 위해 이곳을 선택했답니다. 조금만 기다려보면 미식가들의 까다로운 입맛이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겠어요.


요리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래 전 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 ‘미스타 아지코’를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요리를 통해 그 감동을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본격적으로 요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스시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 저는 기계공학도였는데 식당 일을 하며 요리 매력에 푹 빠져 졸업하자마자 ‘이즈미스시’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스시와 함께한 세월이 벌써 15년이나 흘렀네요.

그동안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군요

도쿄 ‘칸다’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칸다 상이 한 말이 항상 기억에 남더군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요리재료로, 누구도 만들어 낼 수 없는 훌륭한 요리를 선보일 때 손님들은 감동한다’고 했거든요. 쉽고도 어려운 말이지만 제 요리 인생의 모토가 됐습니다. 셰프로서 가장 뿌듯하고 기쁜 순간이 요리에 감동하고 맛있게 드실 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순간에든 좋은 식재료와 최상의 온도, 최적의 타이밍에 맞춰 요리를 서브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해 한말씀…

일단 매운 음식이 너무 많죠. 가끔 ‘이렇게까지 매울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 때도 있답니다. 그 중 불닭이 대표적인데요. 일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요리입니다.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땀 뻘뻘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걸 보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라고 하지 않나요. 요즘 저는 콩나물국밥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나카무라 코우지는...

기계공학도 출신. 스시집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가 스시의 매력에 빠져 요리를 배웠다. 대학 4학년 때 일이다. 졸업 후 일본 도쿄의 역사 깊은 ‘이즈미스시’에서 8년간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친 후 호주 시드니 ‘피시 페이스’ 등에서 헤드 셰프로 일했다.

영국 런던 ‘스시아카데미’ 전임강사(칸다 프로듀스)에 이어 일본 도쿄 ‘칸다(8년 연속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 선정)’에서 실력을 쌓았다. 2012년엔 한국으로 건너와 63빌딩 일식당 ‘슈치쿠’에서 조리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5월 서울 청담동에 ‘스시코우지’를 열고 오너 셰프로 근무 중이다.

“어찌보면 스시는 밥 위에 와사비와 생선, 간장이 올라가는 매우 간단한 음식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각각의 재료와 맛이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도록, 또 그것들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 김동식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63호(15.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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