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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능 기출문제 시장 100억원, 평가원 저작권료는 '0원'

머니투데이 이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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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능 기출문제 시장 100억원, 평가원 저작권료는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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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수능 출제에 매년 60억 쓰면서 14년간 수입은 포기…출판사·대형 사교육업체만 배불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기출문제가 매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만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저작권료 수입은 10년 이상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내로라하는 출판사가 수능 저작권을 무시하고 '기출문제집' 등을 무단으로 만들어 부당 이익을 챙기는데도 평가원과 교육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60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수능이 교육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탓에 일부 대형 사교육 업체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머니투데이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연도별 수능 출제비용 및 기출문제 저작권료 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출제비용은 평균 6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의 경우 △출제수당 35억1530만원 △합숙시설 임차료 24억8183만원 △전산 편집 및 삽화 용역비 2억2420만원 △듣기평가 녹음 및 CD제작 용역비 1억8490만원 등 총 64억282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출제비용의 절반 이상이 문제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으나, 평가원이 지난 14년간 올린 기출문제 저작권료 수입은 '0원'으로 드러났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출판사나 대입학원 등이 묶은 기출문제가 전국 대형서점과 온라인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당국은 '수능 저작권'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평가원은 EBS를 제외한 모든 출판사에 기출문제 사용 자체를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엄밀하게 따지자면 시중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수능 기출문제는 모두 '저작권법 136조' 위반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평가원이 홈페이지에 기출문제 저작권을 고지한 만큼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면서 "저작권자가 침해 정도에 따라 대응해야 후속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이에 대한 단속은 고사하고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쓰겠다는 출판사의 문의조차 거절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능 기출문제를 펴내기 위해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내겠다고 해도 평가원은 '사용불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평가원은 저작권료 수입을 통해 출제비용을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었으나, 이를 포기한데다 저작권마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것이다. 사교육 업계에서 기출문제 시장은 최소 연 1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가원의 직속 상급기관인 총리실은 물론, 교육부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평가원의 방만·부실 운영을 감독하지 못해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비판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출제하는 수능은 명백한 국가사무인데 오히려 사교육업체가 기출문제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총리실과 교육부의 관리 소홀로 수능 저작권료 수입은 챙기지 못하는 동시에 저작권법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방치된 만큼 기출문제를 둘러싼 평가원과 일부 출판사, 대형 사교육업체의 커넥션 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과 관련된 저작권은 평가원에 있지만 당장 단속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평가원은 저작권료로 이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2015학년도 수능 기출문제 국어영역 A형 홀수형 16~19번 문항 일부. 하단에 '이 문제지에 관한 저작권은 평가원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2015학년도 수능 기출문제 국어영역 A형 홀수형 16~19번 문항 일부. 하단에 '이 문제지에 관한 저작권은 평가원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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