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도주 끝..전투기 정비대금 240억 가로챈 방산업체 대표 재판에

가짜 서류를 만들어 전투기 정비대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방위산업체 대표가 2년 간의 도주 끝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2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항공기 부품 수입·판매업체 B사 대표 박모씨(53)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박씨는 2006년 12월∼2011년 11월 부품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공군 군수사령부·방위사업청 등에서 457억원 규모의 부품 정비계약을 맺고 이 중 절반 가량인 24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KF-16과 F-4D/E 등 공군 전투기에 쓰이는 부품을 사지 않고 정비·교체한 것처럼 기술검사서류와 수입신고필증 등을 허위로 꾸며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66차례에 걸쳐 240억78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정상거래처럼 꾸미려고 페이퍼컴퍼니를 포함한 국내외 협력업체 10곳을 동원하고, 부품업체에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지급한 물품대금은 수수료 7∼8％를 뗀 뒤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폐자재를 거래하면서 KF-16 피아식별장치(CIT)의 핵심부품인 '다운컨버터'를 수입했다며 세관에 허위로 신고한 후 군에서 부품 교체대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외주정비 점검업무를 맡은 공군 군수사령부 군수관리단 소속 검사관에게 뇌물 50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에게 223억원 상당의 위장 수출입과 111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감사원은 2010년 링스헬기 추락 이후 '방산원가분야 기동점검'을 하던 중 박씨 등의 혐의를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박씨는 2012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2년 넘게 도피하다가 사건을 넘겨받은 합수단의 추적으로 지난 8일 체포됐다.

박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B사 직재무회계팀장 현모씨(46) 등 3명은 먼저 재판에 넘겨져 2012년 11월 징역 4년을 확정판결받고 수감 중이다. 박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던 검사관 역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6월이 확정됐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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