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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변화를 보다

아시아투데이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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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변화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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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옷차림-늘어난 고층빌딩...신의주 '압록강의 기적' 꿈꾼다

북한 주민들을 태운 유람선이 단둥 시내를 돌아 위화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을 확대하면 비교적 세련된 옷차림과 액세서리 등을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을 태운 유람선이 단둥 시내를 돌아 위화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을 확대하면 비교적 세련된 옷차림과 액세서리 등을 볼 수 있다.



아시아투데이 양승진 기자 =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2년차를 맞아 생활상이 곳곳에서 변화되고 있음이 감지됐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북한의 신의주와 맞닿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일대를 탐사한 결과,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전에 비해 비교적 화려한 옷차림과 생기 있는 얼굴로 남한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압록강 가에 장마당이 들어서 많은 주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이 목격 됐고, 유람선을 띄워 단둥의 화려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등 과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중국 단둥의 30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본 신의주. 발전 속도를 대변하듯 고층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중국 단둥의 30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본 신의주. 발전 속도를 대변하듯 고층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신의주에 늘어난 고층빌딩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앞두고 건설 붐이 인 단둥 지역에는 최근 압록강을 따라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신의주 일대를 한 눈에 내려 다 볼 수 있다.

30층짜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신의주 일대를 둘러보니 북한 쪽도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들어서 발전에 속도가 붙었다. 10층 이상의 건물들이 즐비했고, 건물 외관과 지붕도 정비해 산뜻하게 바뀌었다.

중국 단둥의 신도시와 북한 신의주 남부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 왕복 8차선으로 오는 10월30일 전면 개통한다.

중국 단둥의 신도시와 북한 신의주 남부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 왕복 8차선으로 오는 10월30일 전면 개통한다.



6·25전쟁 때 부서진 압록강 단교 바로 앞에 지난해 세워진 수영장에는 젊은 남녀와 가족단위객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고, 강변 한 켠에서는 장마당이 열려 군용 트럭들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그 앞으로 북한 주민들을 태운 유람선이 단둥과 위화도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몇 차례 운행됐다.

특히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했던 과거와 달리 군데군데 불을 켜고 붉은 조명으로 ‘주체’라고 쓴 간판도 내걸었다.

신의주 시내 중심가로 들어오는 도로는 포장이 안 돼 차가 다닐 때마다 먼지를 풀풀 날리는 등 인프라 구축은 멀어 보였다.


중국 단둥 호산장성 아래 어의도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 군인. 착검을 했지만 사진을 찍자 애써 시선을 피했다.

중국 단둥 호산장성 아래 어의도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 군인. 착검을 했지만 사진을 찍자 애써 시선을 피했다.



◇국경 수비는 ‘형식적’...중국 업자들과 내통

신의주 시내를 벗어나 하구 단교에서 배를 타고 수풍댐까지 다녀오면서 본 북한 국경수비대의 모습은 대낮이라 그런지 형식적이었다.

삐딱하게 모자를 쓰고 단추까지 풀어헤친 군인들이 주민들과 대화하며 박장대소를 하는 가하면 홀딱 벗고 강변을 서성이다 유람선이 다가가자 물로 뛰어드는 등 삼엄한 경비와는 멀어 보였다.

주민들도 유람선이 지나가면 적개심을 드러내며 돌을 던지거나 팔뚝 욕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손을 흔들거나 잠시 쳐다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여군 한 무리는 철길을 걷다 유람선을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


지난해 압록강변에 건설된 신의주 워터파크. 8월말인데도 슬라이드 위와 수영장에 주민들이 빼곡하다.

지난해 압록강변에 건설된 신의주 워터파크. 8월말인데도 슬라이드 위와 수영장에 주민들이 빼곡하다.



호산장성 아래 북한의 어의도 선착장에 보트를 대자 북측 관계자와 선장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대화를 주고받더니 며칠날 거기서 보자는 말을 해 뭔가 거래가 꾸준히 이어짐을 암시했다.

특히 이 보트들에는 중국 고급담배를 구비해 북한 군인들이 보이면 담배를 던져줘도 되느냐며 동의를 구했고 담배가격은 보트 운임 비용보다 비쌌다. 이 장면은 절대로 찍지 못하게 해 그들만의 은밀한 거래가 이뤄졌다.

북한 어린이들이 튜브 대신 페트병을 이어붙인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녹록지 않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튜브 대신 페트병을 이어붙인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녹록지 않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풍댐 근처에는 최근 ‘요양소’라는 비교적 잘 지어진 건물이 들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개학을 했는지 삼삼오오 지나는 학생들의 옷차림과 어깨에 멘 가방들도 남한과 비슷했다.

이따금 땔감이 없어 나무를 지고 가는 모습과 포장 안 된 도로에 봉고차 한 대만 다니고 압록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에게 튜브가 없어 페트병을 이어 붙인 모습은 달라지는 신의주와는 대조를 보였다.

더운 날씨 탓에 군복을 입은채 물로 뛰어든 북한 여군들이 카메라를 보자 흠칫 놀라 돌아서고 있다.

더운 날씨 탓에 군복을 입은채 물로 뛰어든 북한 여군들이 카메라를 보자 흠칫 놀라 돌아서고 있다.



◇단둥 나온 무역원들 부쩍...고춧가루도 사가

단둥 시내 호텔이나 시장에 가면 길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무역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인원이 부쩍 늘었고 여성들이 많아진 것도 새삼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왔습니다”하고 말을 건네면 목례만 살짝 하고 말은 하지 않았으나 진한 동족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북한 아이들 한 무리가 하교길에 토끼를 잡는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가방을 멘 모습은 남한 아이들과 같아 보인다.

북한 아이들 한 무리가 하교길에 토끼를 잡는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가방을 멘 모습은 남한 아이들과 같아 보인다.



시장에서 만난 무역원들은 탁구 배트 등 체육용품과 다이어리, 화장품, 장난감 등에 관심을 보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북한으로 가져가기 위해 고춧가루와 참깨를 자루로 사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북한의 고위층은 중국 생수를 수입해 먹는다는 소리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3명이 한 조가 돼 같이 움직이는 무역원들은 개별행동 대신 꼭 붙어다니는 데 호텔에서 만난 한 무리는 간부로 보이는 부부를 위해 도열하는 등 진풍경도 연출했다.

북한식당 아가씨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누그러져 같이 사진을 찍고 노래도 부르는 등 확 달라졌다. /중국 단둥=글·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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