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만지고 튀는 ‘엉만튀·슴만튀’ 주의보…"놀이 아닌 범죄"

서울흐림 / 11.0 °
더팩트

여성의 신체를 기습적으로 만지고 도주하는 '슴만튀', '엉만튀' 등 길거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김동휘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만튀(만지고 튄다)’ ‘공연음란’ 등 길거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만튀’는 만지고 도망간다는 말로 길거리 등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범죄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엉만튀(엉덩이를 만지고 튄다)’, ‘슴만튀(가슴을 만지고 튄다)’ 등의 용어가 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 엉만튀와 슴만튀는 길거리 여성들에게 기습적으로 벌어지는 성추행으로 대상도 불특정 다수다.

또 엉만튀와 슴만튀는 갑작스럽게 벌어져 대처하기조차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엉만튀와 슴만튀는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더욱 쉽게 이루어지며 오토바이 등이 이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8일 오후 9시께 청주시 청원구의 한 골목을 지나던 여고생은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경험을 했다.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기습적으로 다가와 엉덩이를 만진 뒤 달아난 것이다. 피해 여학생은 경찰에 "10대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갑자기 엉덩이를 만지고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지난 20일 경기 파주경찰서는 길에서 여성 5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A(18)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A 군 역시 길 가던 여성에게 기습적으로 성추행했다. A 군은 18~20일 3일간 오후 9~10시 사이 파주시내 한 아파트단지 근처에서 혼자 길을 가던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신체를 더듬는 등 여성 5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팩트

지난 6월 24일 경기지방결찰청은 여고생의 엉덩이를 만지고 도주한 70대 할아버지에 대한 글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경기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비단 엉만튀나 슴만튀는 10대 청소년이나 젊은 층만의 범죄는 아니다. 지난 6월 24일 경기지방경찰청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흔하지 않은 할아버지'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게재됐다.


사진과 함께 경기경찰청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여고생의 엉덩이를 만지고 여고생들에게 쫓겨 모텔로 숨어든 70대 '엉만튀' 할아버지"라며 "그 못된 손에 수갑을 철컹~"이라고 적었다.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만지고 도주한 70대 할아버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근처 모텔 주차장에서 체포됐다.

엉만튀, 슴만튀의 가장 큰 문제는 범죄라는 인식의 부족과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역시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체포 당시 부인했다. 그러나 CCTV 분석 결과 음란행위를 5차례나 한 사실이 확인되며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엉만튀나 슴만튀 등에 대해 일선 성폭력특별수사대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경우 구속되거나 하는 등의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면서 “또 마치 엉만튀나 슴만튀 등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저지르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청소년들의 경우 과거와 달리 성에 대한 생각이 예민하지 않다는 점도 엉만튀나 슴만튀 등을 저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들키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엉만튀와 슴만튀는 엄연한 성범죄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만약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엉만튀나 슴만튀를 당했을 경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신고다. 이어 주변 CCTV(패쇄회로티브이)나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엉만튀와 슴만튀 등과 같은 길거리 성범죄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미’나 ‘호기심’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엉만튀나 슴만튀 등과 같은 길거리 성범죄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재미나 호기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용기를 시험하는 게임으로 즐기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당한 피해자들에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당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신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도 필요하다. 일회성에 그치는 교육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있을 때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