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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국민 뜻 따라" 강경 선회…"타협은 없다"

뉴스1 (키예프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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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국민 뜻 따라" 강경 선회…"타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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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뉴스1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뉴스1


그간 러시아와 유럽의 눈치를 살피던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국 동부 지역을 장악해온 친러 무장세력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가닥을 잡았다.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등의 정상들과 꾸준히 전화 통화를 한데 이어 무장세력과의 휴전을 연장하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신이 설정한 10일간의 휴전기간이 끝나자마자 슬라뱐스크를 공격해 6일(현지시간) 이 지역을 수복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간 온건한 입장을 보이던 포로셴코 대통령의 마음을 돌린 것이 유럽도 러시아도 아닌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마음이라고 분석했다.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지난 2월 수도 키예프에서 벌어진 반정부시위에 앞장섰던 26세 청년 볼로디미르 파라슉이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하다.

파라슉은 "대통령께 조언하고자 하는 바는 유럽과 러시아의 목소리에 귀를 덜 기울이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독립광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갈 것이다. 우리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유럽이나 러시아에 맞장구 치는 것이 아닌 우리만의 번영하는 나라를 만들 의지도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관점은 정부군이 슬라뱐스크를 탈환하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6주가 지난 포로셴코 대통령은 정치·경제 등 산적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무실에 있기보다 독립광장에서 혁명을 외쳤던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인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우크라이나는 이미 유럽 파트너들이 필요한 시기마다 항상 적절하게 대응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며 "다른 나라의 이해를 위해 자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자신이 앞서 집무실에 들어 앉아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저울질만 하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동안 새로운 휴전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무력 대응에 나서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럽국들과 달리 그의 군사행동을 옹호해온 미국으로부터 명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지난 5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친러 무장세력의 대표들로 이뤄진 '접촉 그룹'의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강경파인 국방장관을 통해 슬라뱐스크 공격을 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서방진영 외교관은 포로셴코 대통령의 앞선 단기 휴전이 "더 큰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적인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치계에 강력한 지지기반이 없는 포로셴코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큰 지원세력은 그와 함께 야누코비치 정권 축출에 앞장 선 국민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포로셴코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다시 독립 광장에 모여 친러 무장세력 타도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인원은 수천명에 달했다.

시위에 참여한 전직 군인 빅토르 카메네프(66)는 "이번 분쟁은 내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공"이라며 "우리 영토를 침공한 동부 지역의 테러리스트들을 죽이기 위해 우리가 더욱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까지 반정부시위에 나섰던 다수의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새롭게 구성한 국가방위군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무력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한동안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안보위원회를 열고 10일간 지속된 휴전의 취소를 결정한 주인공이 바로 포로셴코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포로셴코 대통령은 EU가 강조해왔던 '휴전'에 초점을 맞추고 상황을 주시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휴전 기간 동안에도 27명의 정부군이 사망했기 때문에 더 이상 휴전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류수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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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셴코 대통령도 슬라뱐스크 탈환 후 트위터를 통해 "내 명령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라는 것"이라며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을 해방시킬 때가지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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