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마케팅도 없는데…
2007년 매출 240억원 작년엔 4100억원 훌쩍… 온라인선 웃돈 거래까지
클린턴·원자바오 등 해외 유명인사 이어
국내 연예인도 즐겨 신자 본고장 美보다 더욱 인기
2007년 매출 240억원 작년엔 4100억원 훌쩍… 온라인선 웃돈 거래까지
클린턴·원자바오 등 해외 유명인사 이어
국내 연예인도 즐겨 신자 본고장 美보다 더욱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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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 강남에 위치한 '뉴발란스' 매장에는 새벽 5시부터 100m 넘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뉴발란스가 한국에서만 한정 출시한 '999 체리블라썸(일명 벚꽃신발)'을 사려는 인파였다. '벚꽃신발'은 온라인몰에서도 판매개시 수십 분 만에 품절됐고, 포털사이트에선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온라인 사이트 '중고나라'에서는 지금도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국내 상륙한 지도 벌써 8년. 하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초기에는 길에서 마주치는 중고생 무리 중 한두 명 정도가 이 신발을 신고 있더니, 이제는 연령에 관계없이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는 미국 본사도 놀랄 정도이고, 본고장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신발이 됐다.
뉴발란스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7년 2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8년1월 이랜드가 라이선스를 맡으면서 2010년 1,650억원, 2011년 3,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지난해 4,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목표는 5,000억원. 운동화 시장의 절대강자인 나이키와 아디다스까지 위협할 정도다.
초창기 뉴발란스의 인기는 '유명인사들이 신는 신발'이란 호기심 때문이었다. 미국에선 본래 편하고 오랜 시간 달려도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러닝화로 알려져 있었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500 모델을 신고 조깅하는 사진이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관심을 끈 건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생전 각종 프레젠테이션 때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셔츠의 '드레스 코드'로 유명했는데, 신발 역시 항상 뉴발란스 운동화였다. 잡스가 즐겨 신은 건 992, 993모델. 중국의 원자바오 전 총리도 뉴발란스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2009년 가수 이효리가 한 방송에서 빨간 뉴발란스(W574)를 신고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드라마 '시크릿가든', '아이리스'등에서 주인공들은 예외 없이 뉴발란스를 신었고, 최근에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880모델(애칭 달마시안)을 신고 나오며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보통 드라마 속 의상이나 신발은 업체들이 돈을 내고 간접광고(PPL)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발란스 운동화는 해당연예인이 직접 구입하거나 협찬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는데도 유명인사나 연예인들이 스스로 신다 보니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른 신발브랜드에선 찾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돌풍에 미국 본사도 놀랐다. 오는 25일에는 서울 홍대 앞에 세계 최대규모의 뉴발란스 매장이 들어선다. 뉴발란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총 면적 800㎡, 3층으로 지어지는데 밥 네빌 뉴발란스 본사 인테리어 책임자가 직접 방한해 매장구성을 챙기기도 했다.
최대 수혜자는 이랜드다. 애초 이랜드는 스포츠브랜드 푸마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실적이 좋아지자 푸마 본사가 직접 진출을 선언했고, 이랜드는 어쩔 수 없이 뉴발란스를 들여왔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의류나 신발은 백화점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인 다음 가두점을 내는 패턴인데 뉴발란스는 반대로 가두매장에서 기반을 닦자 백화점들이 앞다퉈 모셔가게 됐다"면서 "앞으로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 고급라인을 선보이고 의류와 용품 비중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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