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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란 이런 배우를 말하는 게 아닐까.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 못지 않게 관객들의 배꼽을 빼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배우 김선하다. 이름만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터. 아마 영화 속 막장 드라마 ‘아현동 공주님’의 공주라고 소개하면 ‘아! 그 배우!’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 당시 그 장면까지 접하게 되면 대부분 박장대소를 하며 ‘그래! 이 배우! 완전 대박이야’라고 할 것이다.
‘수상한 그녀’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 김선하. 그는 KBS 공채 20기 개그우먼 출신이다. 연기가 좋아 개그를 과감히 접고, 8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김선하는 ‘수상한 그녀’를 만났다. 사실 비중있는 배역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고, 영화 속에서 가장 빵 터지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그야말로 신스틸러인 셈이다.
▲‘수상한 그녀’가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속 드라마의 주연인 만큼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내게 ‘수상한 그녀’는 아홉번째 작품이다. 처음부터 ‘아현동 공주님’ 공주 역할로 오디션을 본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아서 이렇게 좋은 배역을 맡았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을 비롯해 배우, 스태프 모두 잘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수상한 그녀’는 정말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잠깐이지만, 지금 이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수상한 그녀’가 빵빵 터지지만, 그중에서 단연 압권은 ‘아현동 공주님’의 엔딩신이다. 직접 봤을 때 어땠나.
영화를 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나는 내 얼굴이 클로즈업 상태로 그렇게 잡힐지 몰랐다. 촬영장에서 연기할 때도 사람들이 많이 웃었다. 컷을 못할 정도로 빵 터진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을 찍을 때 정말 진지하게 연기했다. 몇 십년 만에 만난 아빠를 만나는데, 눈물 콧물 다 쏟을 정도로 얼마나 감격적인가. 감독님의 신의 한수로 이렇게 재밌는 장면이 탄생하게 돼 놀랍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이 된 상태로 나와 더 놀랐던 것 같다.
▲‘아현동 공주님’ 부분을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쓴 점이 있었나. 본인이 봐도 재미있었나.
앞서 얘기했듯이 나는 정말 진지했다. 다만 박인환 선생님의 연기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아버지, 그리고 감독님의 절묘한 편집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정말 센스가 좋으신 것 같다. 다만, 내가 그 장면을 봤을 때 웃기기보단, 내 연기를 모니터링해야 했기 때문에 재밌다기보단 오히려 진지한 장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떻게 ‘아현동 공주님’ 공주 배역을 맡게 됐나.
처음 ‘수상한 그녀’ 오디션을 볼 때, 배역 명시는 안 되어 있었다. 지정된 대본을 갖고 오디션을 봐서 붙었는데, 감독님께서 영화 속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공주 역할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셨다. 대사는 촬영 일주일 전에 받았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영화가 굉장한 흥행을 하고 있다. 혹시 알아보는 사람들은 있나.
아직은 없다(웃음). 그래도 지인들은 알아보고 연락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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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어떤가.
생각 이상으로 예쁘게 나온 것 같다(웃음). 감독님이 눈물을 쏟으라고 해서, 최대한 감정을 이끌어내 연기를 했는데, 결과물이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온 것 같다. 일전에 연극을 했었는데, 연극 무대에선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이번 ‘수상한 그녀’에서도 그런 반응이 느껴졌다. 하나하나 직접 느껴지는 반응은 아니지만, 온라인 게시판이나 SNS에 반응들이 올라오고 댓글들이 달리는 모습들을 보면 재밌고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이런 점들이 내가 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된다.
▲끼가 범상치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사실 KBS 공채 20기 개그우먼 출신이다. 그것도 1등으로 들어왔다. 같은 기수로는 정경미, 유민상, 신봉선, 박휘선, 윤형빈 등이 있다. 처음엔 개그가 소질인 것 같아 시작했지만, 계속 개그를 하다보니 내공이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희극과 비극 모두 오갈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8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고, 지금은 영화에도 종종 얼굴을 내밀고 있다.
▲동기 개그맨들과 연락은 자주 하나.
그렇다. 지금도 하고 있다. 얼마전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 윤형빈 오빠와도 연락하고 지내고,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연기자 생활이 힘들진 않나.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당시엔 연기 선배도 없었고, 정보도 없어서 정말 막연했다. 또 개그우먼 출신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신인배우 김선하로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꼈고, 그렇게 8년 동안 노력 또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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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를 발판으로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가.
그렇다. 사실 처음엔 영화를 할 생각이 없었다. 연극무대에서 10년 정도 경험을 쌓아야 연기 내공과 신념이 생긴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꾸준히 연극분야에서 노력해왔다. 그러던 중 ‘글러브’란 영화에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이후로 ‘내 아내의 모든 것’, ‘아부의 왕’, ‘강철대오’, ‘마이 리틀 히어로’, ‘전설의 주먹’ 등 작품에 줄줄이 출연하게 됐다. 작품을 가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경험이라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들이 즐거웠다.
▲‘수상한 그녀’ 이후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다양한 직업군을 해보고 싶다. 간호사는 이미 세 번 정도 했고, 종업원도 해봤고, 뮤지컬 단원, 작가도 해봤다. 이를 발판삼아 더 다양한 직업을 연기하고 싶다. 여러 가지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노숙자처럼 쉽게 다뤄지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도 하고 싶고, 서민적인 느낌을 물씬 줄 수 있는 캐릭터도 연기하고 싶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랄까.
▲끝으로 연기자로서의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것 같다. ‘수상한 그녀’에서 다시 만난 김현숙 선배를 비롯해 이광수, 김미려, 이성민, 김인권, 류승룡 선배님 등… 길지 않은 만남에도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줬고, 남다른 배려를 해줘서 하나하나 내 밑거름이 됐다. 그런 인복들이 있기에, 앞으로 연기 생활을 하는데 있어 희망적인 것 같다. 가리지 않겠다. 뭐든지 다 도전하겠다. 과거도, 지금도, 미래도 그랬듯 ‘연기자 김선하’가 될 때가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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