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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아들 쌍꺼풀 없으니 남편이 의심, 불법시술이라도…"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다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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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아들 쌍꺼풀 없으니 남편이 의심, 불법시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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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성형'에 10대 '사인펜 화장'까지···도넘은 '외모 지상주의']

지난해 11월 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기 성형' 광고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11월 한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기 성형' 광고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살 아들에게 쌍꺼풀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아들 사진을 함께 올린 이 주부는 "예전에 쌍꺼풀 시술을 했는데 아들은 없으니까 남편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거 같다"며 "성형외과에서 2살은 안 받는다고 하던데 아는 불법 쌍꺼풀 시술자에게 아들을 맡겨도 되는가" 등의 질문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회원이 위험하다며 일침을 가하자 주부는 "내 아이 내가 시킨다는 데 오지랖도 넓다"며 되레 화를 냈다.

'성형공화국'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 '광풍'이 아이들에게까지 몰아치고 있다. 일부 산후조리원에서는 "'베이비 성형 마사지'를 통해 작은 얼굴과 오똑한 코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수십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기 교육'을 넘어 '조기 미용' 열풍까지 불고 있는 셈이다.

개인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성형외과 전문의 성모씨(41)는 "성형외과에 상담하러 오는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많은 부모들이 중학교 2~3학년, 이르게는 중학교 1학년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이 그리는 '아이라인'의 위험성을 보도한 한 방송 프로그램 화면/ 사진=KBS 캡처

초등학생들이 그리는 '아이라인'의 위험성을 보도한 한 방송 프로그램 화면/ 사진=KBS 캡처


비단 성형 뿐이 아니다. 10대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일종의 '권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위험한 '화장법'(?)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초딩얼짱' 문화와 함께 생겨난 '컴싸아라' 현상이 가장 우려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컴싸아라'는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리는 아이라인'이라는 뜻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문방구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사인펜이 아이들에게 화장품의 '대체재'가 된 셈이다.


실제로 매일 아이라인을 그리고 다니는 중학생 이모양(15)은 "예뻐보이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며 "화장을 하면 친구들 사이에 '잘 나가는 아이'로 통한다. 내 또래 연예인들도 많이 하는데 문제될 것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가 결막염, 피부염 등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자 이양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외모의 권력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캐서린 하킴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매력자본'(Honey Money)이라는 저서에서 "매력적인 남성은 14~28%를 더 벌고 매력적인 여성은 12~20%를 더 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의 성형수술이나 화장이 의학적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형외과 의사 성모씨는 "선천적인 기형이나 종양 때문에 하는 수술이 아니라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을 아이한테 시킨다는 것은 의학 책에도 없는 이야기"라며 "부모의 욕심만으로 아기에게 수술을 시키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특히 코수술의 경우 코뼈가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과성장 등 부작용이 온다"며 "감염, 비대칭, 외반증 등 여러가지 합병증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외모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아기 성형' 현상으로 나타난다"며 "아이들도 자라면서 오로지 '외모'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외모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을 만들어 외모를 서열화시키는 것은 스스로 '내 외모는 얼마짜리'라고 상품화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외모가 또 다른 사회적 계급으로 고착화될 경우 '닫힌 사회'가 돼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슈팀 박다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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