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필리핀을 강타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하이옌’과 같은 슈퍼 태풍이 20~30년 안에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는 하이옌의 필리핀 상륙 한달째인 11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서울 정동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연 ‘태풍 하이옌 한국 상륙 가상 시나리오-한국은 얼마나 안전한가’ 세미나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소개하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강한 태풍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권위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지난달 하이옌에 대한 분석기사를 쓰면서 그의 말을 인용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태풍 전문가다.
문 교수는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38년간 북서태평양의 태풍 발생 현황을 전후반기 각 19년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최성기 때 슈퍼태풍 급까지 발달한 태풍 발생 빈도는 18%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슈퍼태풍은 일반적으로 최대풍속(1분 평균)이 초속 65m(시속 234㎞)를 넘는 태풍으로, 각목을 날려 지름 30㎝ 이상의 가로수를 관통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슈퍼태풍 상태를 유지하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아직까지 없었으나 문 교수의 분석 결과 슈퍼태풍의 최고 도달 위도는 지난 38년 사이 북위 28도에서 북위 34도로 6도나 북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반도 쪽으로 600㎞ 이상 접근한 셈이다.
문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의 에너지가 되는 해양 열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한반도 주변의 해수온도 상승 속도는 다른 해역에 비해 빠른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0~30년 뒤 한반도까지 슈퍼태풍 상태를 유지하며 올라오는 태풍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슈퍼태풍 상태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바닷물에서 열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면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올라와 부산·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하는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