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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 홍수 사회가 만든 대형 로펌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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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 홍수 사회가 만든 대형 로펌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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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법률회사들이 최근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두 자릿수의 고속성장을 했다고 한다. 고용과 노동, 공정거래, 개인정보, ESG 등과 관련된 기업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자문이나 송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불황 국면에서 로펌의 급성장세는 규제 공화국이 초래한 웃지 못할 역설적 현상이다.

해당 업계에 따르면 국내 10위까지 대형 로펌의 매출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으로 2년째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8%가량 매출이 늘었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변호사도 늘어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세청 출신을 비롯한 전직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등 규제기관 퇴직자들이 로펌으로 대거 이직한 것도 주목할만 한 현상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법률 시장이 함께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경제가 좋아야 로펌 실적도 좋아진다는 게 하나의 불문율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정부의 정책과 법적 행정적 규제 강화에 따라 로펌의 덩치가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최근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를 고용 노동 분야 법무 자문과 송무 건이 크게 늘었다. 한국 특유의 배임 이슈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부터 출자 및 자본구조 문제까지 촘촘한 공정거래 법규도 기업의 상시적 법률 리스크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개인정보 관리에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어젠다까지 기업이 처한 규제 리스크는 일일이 종류를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게 로펌의 상시 업무다. 이러니 변호사들뿐 아니라 힘 있는 기관 출신들 몸값만 올라간다. 공정위 출신은 로펌에서 1순위로 모셔갈 전관이다. 고용부 출신 몸값이 높아진 것도 근래 두드러진 현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경찰 출신 전관의 수요까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로펌 성장은 기업 부담증가의 이면이다. 직접적인 법률 비용만이 아니다. 대형 송사에라도 휘말리면 경영이 중단될 수도 있고 기회손실도 만만찮게 된다. 이상에 치우쳐, 이념에 경도돼 규제 법안을 쉽게 만드는 게 근본 문제다. 산업 현장 현실은 도외시한 채 로펌 먹거리나 새로 만들고 전관들 몸값을 올리는 규제 공화국에서 탈피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