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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선수 생명을 위협한 부상에도 멈출 수 없다. 올림픽이라는 목표 하나에 정승기(27·강원도청)는 다시 달렸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 나서는 정승기는 "올림픽은 여태까지 내가 운동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다. 선수 생활에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하다. 잘하면 좋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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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짐이다. 그는 2024년 10월 새 시즌을 앞두고 근력 훈련을 하던 중 허리를 다쳤다. 직전 시즌 첫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금메달로 상승세를 타던 시기,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 끝에 무리를 했다. 허리 디스크가 튀어나왔다. 일시적으로 하체 신경까지 막으며, 하반신 마비가 왔다. 응급 수술을 받았다. 당시 기억을 떠올린 정승기는 "운이 안 좋으면 못 걸을 수 있다고 했다. 나를 비롯해 가족들도, 그냥 걸어 다닐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고 했다.
좌절도 했다. 무너질 때마다 주변의 응원과 스스로의 다짐이 정승기를 지탱했다. "처음엔 너무 억울했다.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좌절했다. 주변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위대한 사람들은 다 역경이 있다. 나도 그런 시기이겠거니 하면서 꾸역꾸역 해냈다."
긴 재활 끝에 부상에서 돌아왔다. 좋은 성적을 낙관할 수 없었다. 장점이었던 스타트 기록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올림픽 전까지 기량을 완벽히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2025~2026시즌에 돌입한 정승기는 월드컵 1차 대회부터 예상을 깼다. 올림픽 트랙에서 열린 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5위로 마치며 입상 기대감을 높였다. 3차 대회에서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1차부터 6차까지의 월드컵 경기를 랭킹 3위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정승기는 좋은 성적의 이유로 일관성을 꼽았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들쭉날쭉한 반면, 나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은 2번이 아니라 4번을 타야 한다. 그렇기에 일관성이 중요하다. 꾸준히 일관성을 갖고 슬라이딩하는 능력은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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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올림픽의 기억도 정승기에겐 밑거름이 됐다. 그는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멘털이다. 당시에는 신체적으로는 완성됐지만, 멘털이 준비가 안 됐다. 그래서 기량을 맘껏 펼치지 못했다. 긴장해서 잠도 못 잤고,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했다. 이번 4년은 멘털을 많이 보완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0.01초의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스켈레톤의 특성상 단단한 멘털은 필수다. 정승기는 매일 수백 번의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경기장에 도착해 경기를 치르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세세히 머릿속에 그렸다. "대회를 머릿속에서 수백 번 한 후에 실전에 들어가려고 준비한다. 올림픽도 상황에 맞춰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시뮬레이션 해본다."
처음은 새로움과 설렘이 가득했다. 두 번째 올림픽은 성숙함으로 채우고자 한다. 정승기는 "첫 올림픽 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흥분하기도 했다. 경기에 집중을 잘 못하기도 했다. 두 번째 올림픽에선 더 성숙한 선수로서 임할 계획이다"고 웃었다. 목표도 확고하다. 당당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가리켰다. "운동선수라면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목표는 금메달로 생각 중이다. 그래야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렇기에 목표는 항상 금메달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