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TCL 합작, 'TV 공룡' 예고…삼성·LG, 하반기 가격 낮춘 '보급형 OLED'로 시장 사수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생산력이 결합한 'TV 공룡'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소니가 TV 하드웨어 사업의 주도권을 중국 TCL에 넘기는 구조적 결단을 내리면서다. 사실상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양분해 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리더십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사는 올 하반기 가격 장벽을 낮춘 보급형 OLED TV 출시를 통해 시장 점유율 방어막 구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TCL은 최근 TV 사업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분 구조는 TCL이 51%, 소니가 49%를 가져가며 제품 개발부터 생산, 판매 전반을 합작사가 총괄한다. 이는 사실상 소니가 TV 제조 사업을 TCL에 이양하고 브랜드 라이선스와 기술 자문에 집중하는 '애셋 라이트(Asset Light·자산 경량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합작은 글로벌 T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중대 변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CL의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은 14.3%로 삼성전자(18.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 점유율 역시 13.1%로 삼성(28.9%), LG전자(15.2%)를 바짝 추격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TCL과 소니의 합작법인이 출범할 경우 오는 2027년 합산 점유율이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을 정도다. 단순한 2위 굳히기를 넘어 1위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셈이다.
업계는 이번 합작이 그간 명확했던 '프리미엄 대 보급형'의 이분법적 시장 구도를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소니가 보유한 최상위 브랜드 '브라비아'의 이미지와 영상 처리 기술이 TCL 자회사 CSOT를 축으로 한 저비용·고효율 공급망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독식해 온 프리미엄 시장에 '가성비'라는 새로운 무기를 든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함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이 장악해 온 프리미엄 볼륨존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차세대 패널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 OLED'의 상용화도 위협 요인 중 하나다. 현재 TCL의 자회사 CSOT는 잉크젯 방식의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준비 중이다.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인쇄하듯이 유기물을 분사하는 기술이다. 진공 상태에서 유기물을 가열해 발광층을 만드는 기존 OLED 제조 방식과 달리 재료 효율이 월등히 높다. 공정이 단순해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잉크젯 방식의 균일한 품질 확보에 대한 의문부호는 남아있다. 그럼에도 과거 한국이 장악했던 LCD 시장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넘어갔던 전철을 고려하면 CSOT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TCL발(發) OLED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소니의 화질 엔진이 CSOT의 패널 약점을 보완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파급력은 배가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격차 기술 유지와 동시에 가격 다변화까지 과제로 안게 됐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양사는 OLED 대중화부터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보급형 OLED 패널인 'OLED SE(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기존 OLED의 강점인 완벽한 블랙 표현과 응답 속도는 유지하면서도 일부 사양을 조정하고 공정을 효율화해 가격을 경쟁사의 프리미엄 미니 LED TV 수준으로 낮춘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OLED SE는 경쟁사 프리미엄 LCD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시사했다.
LG전자는 이미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박형세 LG전자 MS사업본부장은 CES 2026에서 LGD의 신규 패널을 탑재한 제품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기존 볼륨존(대중형) 모델인 C시리즈 하위에 새로운 라인업을 신설해, 중국 업체들의 주력인 미니 LED 및 LCD TV와 직접적인 가격 경쟁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공식적으로 보급형 OLED 출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LG전자가 하반기 저가형 OLED 시장의 포문을 여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시장 방어 차원에서 유사한 시기에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춘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이 독점했던 LCD 시장의 주도권이 결국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으로 넘어갔던 사례를 되짚어볼 시점"이라며 "OLED 시장 역시 단순히 최고 사양의 초격차 기술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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