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네소타 총격' 분노 확산
숨진 간호사 과잉진압 논란… 오바마·클린턴 '공개 비판'
보수진영도 진상 조사 촉구… 트럼프 "곧 결정할것" 입장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한 달 새 미국인 2명이 사망하고 5세 아동까지 감금되면서 연방당국의 과잉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개비판에 가세하고 여당 공화당 인사들도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변화를 시사했다.
◇목격자 영상엔 권총 아닌 휴대폰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국토안보부(DHS) 국경순찰대 요원들의 10발가량 총격에 사망한 남성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는 미국 시민권자로 재향군인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또한 합법적 총기보유자로 확인됐다.
DHS의 해명과 달리 공개된 영상은 요원들의 총격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을 확산했다. DHS는 프레티가 9㎜ 반자동 권총을 들고 요원들에게 접근해 무장해제를 시도했으며 그가 저항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방어사격을 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권총사진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총격범의 총은 발사준비가 돼 있었다"며 "ICE(이민세관단속국) 애국자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두라"고 썼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NS에 올라온 여러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해 당시 프레티의 손에는 총이 아닌 휴대전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프레티가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면서 지나가는 자동차에 교통을 안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다 한 요원이 최루스프레이를 시위대의 얼굴에 뿌리기 시작하고 이 와중에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프레티가 부축해 일으키려 하자 다른 요원들이 접근해 그를 길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했으며 한 요원이 프레티를 향해 여러 차례 근접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영상분석 결과 요원들이 프레티를 제압한 이후 약 8초 뒤에야 "총이 있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가 전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총격으로 미 시민권자 알렉스 프레티가 사망한 것에 항의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미국) AP=뉴시스 |
◇혹한에 더 뜨거워진 시위…오바마·클린턴 비판 가세
프레티는 지난 7일 미국인 여성 르네 굿(37)이 ICE의 차량단속에 불응하다 총격으로 사망한 지 17일 만에 1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숨졌다. 또 앞서 지난 14일엔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던 베네수엘라 남성이 총격에 부상을 입은 일이, 20일엔 ICE에 의해 유치원에서 귀가하던 5세 남자아이가 에콰도르 출신 부친과 구금된 일이 있었다.
이같은 일이 잇따르면서 미네소타주에서 벌어지던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과잉진압에 강하게 반발했다.
25일 오바마 전대통령은 성명에서 "프레티 살해는 가슴 아픈 비극"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당을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에게 미국의 핵심가치 중 상당 부분이 점점 더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했다"면서 "우리의 행동이 앞으로 몇 년간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WSJ와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검토 중"이라며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ICE 요원들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해당 지역을 떠날 것"이라면서도 "그들도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두둔했다. 또한 "나도 총격사건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누군가 시위에 나서 총을 들고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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