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경우는 두산이 4년 총액 80억 원을 책정하는 순간 KIA의 예산을 벗어났다. 경쟁균형세(샐러리캡) 한도에서 다른 선수들을 잡아야 하는 KIA로서는 박찬호 한 명에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정보 수집 결과 설사 따라가도 두산이 더 지를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고, 이는 훗날 실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최형우는 전체적인 총액 규모에서는 삼성에 뒤지지 않았지만 결국 최형우가 삼성을 선택하며 씁쓸함을 남겼다.
이에 KIA가 “지갑을 닫았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찬호의 경우는 ‘머니 싸움’에서 뒤졌으니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 KIA는 근래 들어 철저한 성과주의적 기조를 택하는 양상이 있다. 성과가 있으면 확실하게 보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소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8위에 처진 것이 이번 오프시즌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 또한 일관성 있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논리가 “KIA가 앞으로도 투자하지 않을 것”, “KIA가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면 오산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구단은 물론 업계에서도 동의하는 양상이 아니다. 실제 KIA는 오프시즌 팀 전략 회의를 통해 타선 약세에 대비한 불펜 보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그 결론이 나자마자 이적시장을 적극적으로 누볐다.
오히려 2026년 시즌 성적이 난다면 2027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대대적인 투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KIA는 팀에 반드시 필요한 S급 선수들을 거액에 영입해 재미를 본 대표적인 구단으로 손꼽힌다. 필요하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최형우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하며 ‘100억 시대’를 연 것도 KIA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나성범을 점찍은 끝에 6년 총액 150억 원의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최근 KBO리그의 이적시장 흐름은 경쟁균형세 대비 팀 연봉에 얼마나 여유가 있느냐가 투자를 결정하는 잣대로 세워지는 양상이다. 연봉 여유가 있는 팀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렇지 않은 팀들은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KIA는 2025년 경쟁균형세 기준 금액이 123억265만 원으로 리그 5위였다. 다만 박찬호 최형우의 이적, 양현종의 계약 금액 하향 조정으로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겼다. 투자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KIA도 현재 팀을 이끄는 베테랑 이후의 팀 전력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조건이 맞는 선수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있다. 다만 그런 움직임의 명분은 프런트뿐만 아니라 선수단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 시즌 프리뷰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상당수 구단 관계자들은 ‘업사이드’가 가장 큰 팀으로 KIA를 손꼽는다. 여전히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KIA의 자존심 회복은 시즌 뒤 이적시장의 태풍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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