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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4일장 해야 하나요?" 화장장 부족 논란, 숫자로 따져보니

아시아경제 방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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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4일장 해야 하나요?" 화장장 부족 논란, 숫자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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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화장로 증설로 급한 불 꺼
특정 지역·오전 시간 쏠림 현상 '심각'
고령화 속 구조적 한계 여전
최근 장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장장 예약을 둘러싼 불안을 성토하는 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초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며 이른바 '화장 대란'을 겪은 기억이 여전한 데다, 전국 3일 차 화장률이 4년 연속 70%대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가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6일 연합뉴스는 화장 시설이 크게 부족해 사일장이나 오일장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잦은 상황인지와 관련, 화장 시설 관련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시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화장시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3일 차 화장률 75.5%… "통계상 하락, 현장 부족은 아냐"
먼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3일 차 화장률은 75.5%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2019~2021년 80%대 중반을 유지하던 수치는 2022년 74.2%로 떨어진 뒤 7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서울(69.6%), 경기(63.1%), 부산(67.1%) 등 대도시권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이 가능해, 3일 차에 화장이 이뤄져야 일반적인 삼일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화장장 부족' 논란이 불거졌다.
수도권 및 부산·대구·인천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

수도권 및 부산·대구·인천 화장시설의 '3일차 화장률'.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제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장례 업계는 통계 수치만으로 현장 상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녁이나 밤에 사망한 경우 조문객을 고려해 빈소를 다음 날 여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3일 차 화장률 75%는 사실상 화장장 확보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장례 문화진흥원 또한 "3일 차 화장률은 '사망일 기준' 통계일 뿐, 반드시 사일장이나 오일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개인 사정이나 장례 일정 선택에 따라 화장이 늦어지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수도권 화장로 증설로 작년 같은 '대란' 아직 없어
실제 현장에서도 화장시설 부족으로 장례 일정이 장기화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지난해 초 '화장 대란'과 달리, 올해는 수도권 화장로 증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은 화장로를 기존 13기에서 18기로 늘려 하루 최대 80구까지 화장이 가능해졌고, 서울추모공원 역시 화장 가능 건수가 59건에서 85건으로 확대됐다. 비수도권에서도 화장로 1기가 추가 가동됐다. 여기에 올겨울 대규모 감염병 유행이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1월 셋째 주 전국 3일 차 화장률은 79.9%로, 지난해 초 급락했던 흐름과는 차이를 보였다.
서울추모공원. 아시아경제DB

서울추모공원. 아시아경제DB


그러나 일부 유족은 "화장장 예약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업계는 이 같은 체감이 시설 부족이 아니라 '선호 쏠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복지부의 화장 예약 시스템 'e하늘'을 보면, 서울 주요 화장장은 오후 시간대 예약이 비교적 원활하다. 반면 오전 시간대는 수요가 집중된다. 화장 이후 장지 이동과 제례 일정을 고려해 유족들이 오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다수 화장장은 관내 주민에게 오전 시간대 우선 예약권을 부여한다. 서울의 경우 관내 주민 화장 비용은 12만 원이지만, 타지역 주민은 100만 원에 달한다. 사망자가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닐 경우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기 어려워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원하는 시간과 장소가 한정돼 있어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속 화장 대란 재현 가능성도 높아
다만 지난해 화장 대란을 보듯 아직 큰 문제가 없을지언정 구조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복지부의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70년 7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전국 화장로는 목표치 430기에 못 미치는 410기 수준이다. 화장률도 1993년 19.1%에서 2024년 94%까지 급증했다.

사망자 증가와 화장 선호가 맞물릴 경우, 추가 대란이 생길 여지도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해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장례 문화 특성상 오후 늦게까지 화장로를 가동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권역별 불균형 해소와 장사 방식 다변화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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