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블랙아웃' 이란서 잠시 인터넷 회복…유혈 참상 추가로 공개

연합뉴스 차대운
원문보기

'블랙아웃' 이란서 잠시 인터넷 회복…유혈 참상 추가로 공개

속보
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 넘겨도 리밸런싱 유예
"불길 피해 도망치는 시위대도 총격 학살"…테헤란 의사 "사망자 집계 포기"
인권단체 "사망 확인된 5천여명 외에 1만7천명 사망 의혹 조사중"
테헤란 외곽 법의학 시설인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 마당에 쌓인 시신 가방들[AP=연합뉴스]

테헤란 외곽 법의학 시설인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 마당에 쌓인 시신 가방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란 정권의 차단 조치에 수주째 '블랙 아웃' 상태인 이란 인터넷이 잠시 열리면서 유혈 진압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이 추가로 외부 세계에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에서 인터넷이 아주 짧은 시간 다시 연결돼 이란인들이 외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유혈 진압 정황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메시지와 영상, 사진이 해외로 퍼져 나가면서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더 늘어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1월 8일 자국 내 인터넷을 전면 차단한 채 유혈 시위 진압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에서 새로 입수한 영상과 사진,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테헤란 북서부에 있는 도시 라슈트의 한 시장에서 치안 군경이 화재를 피해 시장을 밖으로 대피하려는 시위대 수십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 시장에서는 화재 발생 며칠 전부터 상인들을 주축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목격자 사만은 "군경이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시장 안쪽으로 총을 쏘고 있었다"며 "그들은 도망치는 사람들까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전했다.

WP는 라슈트 지역의 의료진 전언을 토대로 유혈 진압이 가장 심각했던 이틀 사이 이 도시의 병원 두 곳에서만 8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NYT도 이란 각지에서 올라온 영상을 토대로 보안군이 테헤란의 한 경찰서 지붕 위에서 6분 넘게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카라지 외곽에서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 행진을 겨냥해 실탄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 의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목격한 참혹했던 모습을 생생히 증언했다.

이 의사는 "그날(유혈 진압이 시작된 날)과 그다음 날에도 총상과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 수백명이 들어왔다"며 "그날 밤 우리는 정부가 쏜 총에 맞은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이 깊어질수록 죽은 자를 세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희생자 수는 병원, 스태프, 인프라의 수용 능력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강경했던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참상에 관한 정보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란 시위 사망자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로마에서 열린 이란 당국 규탄 집회 참석한 시위 참가자[로이터=연합뉴스]

로마에서 열린 이란 당국 규탄 집회 참석한 시위 참가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1일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와 관련한 사망자 수가 3천117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이미 5천명 이상의 사망을 확인했다면서 새로운 정보의 유입에 따라 1만7천명 이상이 추가로 숨졌을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도 이날 인터넷판 기사에서 두 명의 이란 보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8∼9일 이틀 사이에만 약 3만명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폐쇄된 인터넷이 잠시 열린 것은 이란 정부가 향후 자국 내 인터넷을 특별히 허용된 이들만 사용하게 하는 제한적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란 문제에 초점을 둔 디지털 인권 단체 미안(Miaan)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아미르 라시디는 "이번 접속 창구가 열린 것은 아마도 당국이 '화이트 리스트' 사용자들에게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의 인터넷 검열 감시단체 필터워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국제 인터넷 접속 권한을 앞으로 정부가 사전에 승인한 소수에게만 허가하는 것을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 정권은 과거 인터넷을 잠시 차단한 적이 있지만 이번 차단의 기간과 범위가 역대 가장 길고 넓다.

테헤란에 사는 마흐사는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던 순간 외부에 보낸 메시지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할 때마다 내 수명이 1년씩 깎이는 기분"이라며 "차라리 눈을 감고, 이 불확실성과 절망의 어둠 속에 머무는 편을 택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아들인 유세프 페제시키안은 '디지털 셧다운'이 일반 국민의 불만만 더욱 키울 것이라면서 당국에 인터넷 차단 해제를 촉구했다.

그는 텔레그렘에 올린 글에서 "언젠가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라며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고 단지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ch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