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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당뇨병은 ‘현대병’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부자병’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단순히 말하면 먹는 양은 늘고 신체 활동은 줄어드는 생활 습관이 핵심 원인이며, 여기에 유전과 노화, 스트레스 같은 요인이 더해져 발생한다. 국내 성인 약 500만 명이 당뇨병을 앓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높은 혈당 자체보다, 그것이 오랫동안 조용히 몸을 망가뜨린다는 점에 있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 피곤한 것 같고, 갈증이 조금 느껴지는 정도라서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 사이 혈관과 신경은 이미 손상되기 시작한다.
혈관을 따라 전신에 영향을 미치며 주요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린다. 심장병과 뇌졸중, 실명, 신장병, 신경 손상, 당뇨발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당뇨 합병증의 무서운 점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철저히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를 BBC의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보도했다.
영국 브리스틀 인근 시밀스에 사는 56세 대런 버크(Darren Burke) 씨는 무기력과 체력 저하를 느끼다 당뇨병 진단키트를 구입해 측정해 보니 혈당이 위험 수준임을 알게 됐다. 그는 작년 1월 일반의를 찾아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를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이후 자신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한동안 현실을 부정했지만 2024년 12월부터 가공식품과 설탕을 끊고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생활 습관 개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년 만에 당뇨병을 되돌렸다고 소개된 대런 버크 씨. |
새로운 식습관과 운동을 1년간 지속한 뒤 그는 의사로부터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와 “더 이상 당뇨병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고 밝혔다. 대신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전했다. 이는 건강 관리 차원에선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당뇨병은 ‘완치’가 아니라 ‘관해’다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은 당뇨병 호전 현상을 ‘완치’라고 하지 않고 ‘관해(remission)’라는 표현을 쓴다. 국제 전문가 합의에 따르면, 약물 없이도 당화혈색소(HbA1c)가 당뇨 기준 미만으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될 때 관해로 정의한다. 중요한 점은 관해는 재발 가능성을 전제로 한 상태라는 것이다. 즉, 정상으로 돌아왔더라도 지속적인 관리와 추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운동과 식습관이 핵심인 이유
생활 습관 개선이 당뇨 관리의 핵심이라는 근거는 분명하다. 영국의 당뇨병 완화 임상 시험(DiRECT)에서 체중을 10㎏ 이상 줄인 뒤 이를 24개월 유지한 참가자 중 64%가 관해 상태에 도달했다. 다만 5년 추적 결과에서는 관해 유지 비율이 크게 낮아졌는데, 체중감량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장기 성과를 좌우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규모 연구인 Look AHEAD에서도 식사·운동·행동치료를 묶은 집중 생활 습관 중재가 관해를 더 자주 유도하는 경향이 보고됐다. 여기서 운동의 역할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인슐린 감수성 개선, 체중 및 복부지방 감소, 심혈관 위험 완화까지 폭넓게 작용해 관해 이후의 ‘유지력’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 병행이 권장된다.
단맛 탄산음료, 관해의 적이 될 수 있다
BBC 기사에서 1년 만에 당뇨병을 극복한 것으로 소개된 버크 씨는 술을 끊은 대신 탄산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설탕이 든 음료 섭취는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와 일관되게 연관돼 있다. 설탕 음료는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상승시키고, 포만감은 낮아 총열량 섭취를 늘려 체중 재증가를 부른다. 이는 관해 유지에 치명적이다.
‘제로 칼로리’로 불리는 인공감미료 음료 역시 물처럼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근 장기적 대사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연구들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중조절이나 비전염성 질병의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인공감미료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지난 2023년 발표 한 바 있다.
관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장기간 유지하려면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 관해를 오래 유지하려면 다음 네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체중과 허리둘레의 장기 유지다. 체중이 다시 늘면 관해가 깨질 위험이 커진다. 장기 주변에 쎃이는 내장지방이 특히 더 해롭다.
둘째, 건강한 식단 유지이다.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저가공 식품 중심으로 식단을 꾸려야 한다. 음료도 마찬가지다. 설탕·감미료 탄산음료를 줄이고 물이나 무가당 탄산수로 대체해야 한다.
셋째, 운동의 생활화다. 주당 150분 이상 유산소와 주2회 이상 근력운동 병행은 최소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넷째, 정기적 추적검사다. 관해 상태일수록 재발을 조기에 잡아내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버크 씨의 사례는 생활 습관 개선으로 당뇨를 정상 범위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다만 1년 만에 성과가 났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당뇨 관리는 장기전이다. 평생 함께할 생활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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