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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파트 10층에서 눈썰매를?” 했는데…언론도 속은 캄차카 폭설 사진

서울경제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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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파트 10층에서 눈썰매를?” 했는데…언론도 속은 캄차카 폭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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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나온 캄차카 폭설 사진 봤어? 눈 위에서 썰매 타는 사람 사진 말이야.”

러시아 극동 지역 캄차카 반도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가운데 일부 국내 언론이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허위·조작 이미지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12일부터 캄차카 반도 전역에 강력한 겨울 폭풍이 몰아치며 도로와 주거 지역이 눈에 완전히 파묻혔다. 60년 만의 최대 폭설로 주 당국은 긴급 제설을 위한 추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캄차카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시 평균 적설량은 170cm에 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250cm를 넘기며 전례 없는 폭설이 쏟아졌다. 하루 만에 한 달 평균 강설량의 60% 이상이 쏟아진 것으로 현지에서는 ‘재앙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내 언론이 AI로 제작된 허위 영상을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가 된 건 아파트 꼭대기까지 눈이 쌓여 있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장면 등이 담긴 사진이다.

해당 사진을 보도한 일부 매체들은 “10층 아파트가 눈더미에 매몰됐다”, “AI로 가 아님”, “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소개했다. 그러나 해당 사진들은 실제 촬영물이 아닌 AI로 생성된 조작 이미지였다.


날씨 전문 매체 아큐웨더는 이달 21일 “캄차카 반도가 눈으로 뒤덮인 것은 사실이지만, SNS에 퍼진 인공지능 영상은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큐웨더는 “언뜻 보면 실제처럼 보이는 수십 개의 영상이 틱톡을 통해 공유돼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이번 AI 가짜 뉴스 확산은 역대 최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시작으로 지목된 게시물은 이달 17일 한 러시아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으로 추정된다. 한 누리꾼이 “믿을 수 없다”고 댓글을 달자 그는 “나도 믿을 수 없어, AI니까”라고 답글을 달았다. 현재 해당 게시물에는 “제3자 팩트체크 기관 조사 결과 다른 게시물에서 조작된 유사 이미지 또는 동영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문구와 함께 ‘조작된 사진’ 경고 표시가 달려 있다.

‘캄차카 폭설’ 사진이 AI로 생성된 이미지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국내 언론은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정이나 설명 없이 남아 있는 기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언론의 검증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했을 당시에도 여러 언론이 참새가 러브버그를 포식하는 장면이라는 영상을 보도됐다. 해당 영상 역시 AI로 제작된 가짜였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별다른 설명 없이 이를 보도했다.

이러한 행태는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언론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준칙’ 제5조 위반 소지가 있다. 해당 조항에는 “인공지능을 뉴스 생산에 활용한 경우 이를 이용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1항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 이미지, 영상, 오디오가 뉴스 생산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경우 그 사실을 알림 문구나 워터마크, 안내 음성 등의 방법으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표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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