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논설위원 |
대부분의 수색은 압수할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실시된다. 그래서 통상 압수수색이라고 묶어서 부른다. 하지만 사람을 찾기 위한 수색, 즉 대인수색도 있다. 이는 압수와 무관한 체포의 선행 절차다. 통상적인 수사에서 수색의 성격에 관한 법리까지 따져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 체포 과정에서는 수색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이다.
“대통령 관저라도 사람 찾는 수색 가능”
대통령 관저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이 규정이 압수를 위한 수색에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체포할 사람을 찾는 수색에도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조항의 입법 취지가 군사 비밀 보호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므로 모든 수색이 금지된다는 주장,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물건에 담긴 비밀일 뿐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맞섰다. 전자로 해석된다면 공수처와 경찰이 수색을 위해 관저에 들어가는 것부터 불법이므로 체포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했다.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수색의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자의 승낙 없이도 대인수색은 가능하다고 봤다. 입법자들이 이 조항을 만든 이유는 수색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 군사 비밀의 보호라는 두 가지의 공익적 가치가 충돌할 때 고민해 보라는 것이지 군사 시설에 피의자가 숨을 수 있게 하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불소추 특권에 수사는 포함 안 돼”
수색과 체포 이전에 당시 현직이던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게 가능한지도 논란이 됐다. 헌법에는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재직 중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게 돼 있는데, 관건은 여기서 소추의 의미가 기소로 한정되는지 아니면 수사까지 포함되는지였다. 현행법상 내란죄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공수처는 먼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뒤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 그런데 소추에 수사가 포함된다면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는 수사할 수 없고 내란 수사로 이어갈 수도 없는 구조가 된다. 이전까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직접 수사한 사례가 없어서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소추와 수사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명시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였다는 점에 대한 고려 없이 법원이 내린 판단이다.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이 법리가 확정된다면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직무의 중대성, 국가의 위상 등을 감안해 지극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러도 숨을 수 있었다는 고대의 소도(蘇塗) 같은 곳이 이 시대에 있을 수는 없다. 대통령도 성역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이 판결이 만에 하나 앞으로 대통령들이 불법의 유혹을 느낄 때 경각심을 일깨우는 죽비가 되기를 바란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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