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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나오면 세비 환수할 겁니까? 의원님들의 약속과 모른 척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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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나오면 세비 환수할 겁니까? 의원님들의 약속과 모른 척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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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22대 국회는 과연 초심을 유지하고 있을까.[사진|뉴시스]

22대 국회는 과연 초심을 유지하고 있을까.[사진|뉴시스]


# 22대 국회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강선우 의원(무소속·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병기 의원(무소속·당시 더불어민주당) 역시 '공천헌금 수수' '자녀 대학 편입 비리' '아내 법인카드 유용' 등의 의혹에 휘말려 있다.


# 앞으로 수사선상에 오를 국회의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가 '통일교 특검법' '신천지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이들의 비리 행위가 인정돼 실형을 받을 경우 수사·재판 기간 받은 세비는 어떻게 될까. 1억5690만원(2025년 기준)의 연봉을 받는 이들에게 제대로 일하지 않은 기간까지 세비를 지급해야 할까.


# 사실 이 문제는 이전 국회부터 논의돼 왔다. 22대 국회에서도 임기 시작 '보름' 만에 관련 입법안을 내놨다. '국회의원이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될 경우 형사재판 기간 지급된 수당을 환수한다'는 게 해당 법안의 골자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훌쩍 흐른 지금, 이 법안은 어떻게 됐을까. 더스쿠프 視'리즈 선출권력의 민망한 입법 보고서 3편'에서 민생법안의 현주소와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의원들의 자화상을 살펴봤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22대 국회의원 300명이 외친 선서 내용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다짐이었다(2024년 9월 2일 열린 22대 국회 개회식).


하지만 22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곱지 않았다. 2024년 5월 30일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96일이 지나서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1987년 국회의원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22대 국회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꼬리표가 붙은 탓이었다. 21대 국회의 입법 실적은 최악이었다. 2만5849개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고작 9457개(법안 처리율 36.6%)만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때문인지 22대 국회에 기대감을 표하는 국민들도 많았다.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2021년 3월 시행)'이 통과된 이후에 들어선 첫 국회였기 때문이다.[※참고: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의 전체회의는 매월 2회 이상, 법안소위는 3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떨까.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2024년 5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보름간 발의된 402개 법안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22대 의원들의 '사실상 첫 법률안'이기 때문에 입법 성적표를 가늠하기에 적절하다고 여겼다. '초심'이 생생하게 살아 있을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법안이 공포된 건 402개 중 21개에 불과했다.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소관위에 묶여 있는 법안은 229개나 됐다. 혹자는 야당(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법안을 막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본회의에 가지도 못한 채 계류 중인 법안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그렇다고 402개의 법안 중에 경기침체, 물가상승, 저출생, 실업난 등 민생을 해결할 만한 법안(85개)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21.1%에 불과했다.


■ 일하는 국회 만들겠다더니… = 문제는 의원들이 자기 혁신에도 게을렀다는 점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려는 듯 2024년 6월 일명 '국회 보좌직원 및 의원 수당법 개정안(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희정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각각의 내용을 모아서 보자. 첫째, 국회의원이 재직 중에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될 경우엔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지급된 수당 등을 환수한다(김희정안). 둘째, 국회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다음달 지급될 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등을 감액한다(황정아안). 혁신의 명분은 자기 희생에서 나온다고 했으니 꽤 괜찮은 구상이었지만, 두 법안 모두 1년 반째 소관위에 머물러 있다.


심각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 기간엔 너나 할 것 없이 '회의에 출석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정작 국회가 열린 후 발의된 '회의 출석을 규제하는' 법안은 딱 1건(2024년 6월)뿐이다. 그나마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소관위에 머물러 있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할 말 없다.


사실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규제하는 게 그렇게 어렵거나 혁신적인 일도 아니다.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2023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회의원의 출석의무와 청가제도: 국내외 비교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주요국에서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국회의장이 휴가를 허가한 경우라도 출석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00유로(약 17만원)의 세비를 삭감한다.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삭감액은 200유로(약 34만원)로 올라가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도 50유로(약 8만원)를 감액한다.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선우 의원. [사진 | 뉴시스]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선우 의원. [사진 | 뉴시스]


스위스 연방의회도 국회의원이 본회의나 위원회에 불출석하면 440스위스프랑(약 80만원)의 출석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국회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위원회 업무에 월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세비의 25%를 감액한다.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처리하지 않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2024년 치러진 22대 총선 선거에선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국회' '윤리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원들의 회의 출석을 의무화하고 세비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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