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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억지주장하며 한국에 선전포고한 쿠팡 투자사들, 단호하게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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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억지주장하며 한국에 선전포고한 쿠팡 투자사들, 단호하게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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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 쪽에는 “쿠팡에 대한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기 때문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할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중국 대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펼쳤다. 정부는 향후 있을지 모를 미국 정부와의 분쟁이나 국제 소송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한편, 쿠팡의 여러 위법 의혹에 대한 조사도 더욱 단호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쿠팡에 15억달러 이상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투자사 그린오크스와 알티미터는 이날 공개한 청원서에서 “2025년 11월 발생한 제한적 범위의 데이터 침해 사건이 한국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를 위한 구실로 악용되고 있다”며 “이런 대응이 유사한 사건에서 국내 기업 및 중국계 기업에 취해진 조치와 비교해 현저히 과도하며, 국적에 따른 차별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들은 이에 따라 무역대표부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 한국 서비스에 대한 제한 등의 무역구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법무부를 수신인으로 적시해 보낸 의향서에서도 쿠팡의 3300만개 계정 유출 사고에 대해 실제 유출 건수는 3000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반복한 뒤, 한국 정부가 피해 규모를 고의적으로 부풀리고 이를 빌미로 이 사고와 관계가 없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고용노동부, 국세청 등까지 나서 쿠팡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지 않으면 수십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실제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3000개라는 것은 쿠팡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또 여러 부처가 쿠팡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쿠팡에 대해 불법 파견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 노동관계법 위반, 부당 내부거래와 입점업체 데이터 부당 활용 등 공정거래법 위반 같은 여러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정당한 조처다.

더구나 이들은 이 의향서에서 아무런 구체적 근거 제시도 없이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중국 기업들로부터 쿠팡이 시장점유율을 빼앗기 시작하자, 한국 정부는 행정권력을 무기화해 쿠팡의 영업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또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반미·친중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중국에 적대적인 미국 정부와 의회를 자극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이들의 청원에 응할지, 이들이 실제 국제투자분쟁 절차를 시작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한국 법무부와 통상당국은 향후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쿠팡의 불법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여러 기관은 행여 이들에게 구실을 제공하지 않도록 냉정하게 실정법에 근거해 조사와 처벌 등의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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