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통해 미래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 진료과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 인력 확대는 분명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응급·중증·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인력 양성과 동시에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응급의료, 중증질환 치료,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응급실은 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중증 환자를 담당할 전문의는 부족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 '응급실 뺑뺑이'와 '분만 취약지'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이는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해당 분야를 선택하고 지속할 수 없는 의료환경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다.
[라포르시안]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통해 미래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특정 진료과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 인력 확대는 분명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응급·중증·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인력 양성과 동시에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응급의료, 중증질환 치료,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응급실은 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중증 환자를 담당할 전문의는 부족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 '응급실 뺑뺑이'와 '분만 취약지'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이는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해당 분야를 선택하고 지속할 수 없는 의료환경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새로 배출된 의사들이 응급·중증·필수의료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의 의료 현실에선 과도한 업무 부담, 잦은 의료사고 위험, 낮은 보상, 열악한 근무 여건이 해당 분야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공의들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고 근무 강도가 낮은 진료과로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체계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증원된 의사인력 역시 같은 선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아무리 의사를 2천 명을 뽑고 4천 명을 뽑으면 뭐하냐"며 "어차피 강남에 가서 점 빼고 있고 머리 심고 있고 할텐데. 외과의사의 절반 이상이 개업을 하고 있고, 나나머지 중에서도 한 절반 밖에는 외과 고유의 암 수술 이런 걸 안 한다고 한다"고 필수의료 기피 현실을 전했다.
조 과장은 "앞으로 10년 이내로 아마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맹장 수술할 의사도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 외과의사 평균 나이가 벌써 5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이분들이 은퇴하면은 메이저(필수과)라고 하는 부분을 담당할 의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의사인력 수급 관련한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기피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게끔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과장은 "의사인력추계는 추계일 뿐이고, 나머지는 정책의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다음 달부터 의사들을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 현장에 어떻게 끌어들일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더 힘든 과제"라고 했다.
그는 "답은 뻔합니다. 의사들이 사적으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부에 대한 원천을 제거해 주면 된다"며 "사회주의적으로 아예 강제로 배치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수가를 필수의료 쪽으로 집중시킨다든지, 비급여를 좀 없애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넓혀 사람들에게 실손의료보험에 의존하지 않는 체계를 만들면서 점차적으로 전문의를 따면 종합병원, 대학병원에 가서 근무하는 게 훨씬 보람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인력 양성과 동시에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승연 과장이 지적한 것처럼 보상 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 응급·중증·필수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수가 체계는 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도와 업무 강도, 사회적 필요도를 고려한 합리적인 보상 없이는 어떤 정책도 의료현장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의사를 많이 배출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속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쏠림이 심화돼 '지방 소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소멸은 곧 지방 의료체계 붕괴와도 맥이 닿아있다.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국내 의료체계에선 인구가 적거나 감소하는 지역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이 진입하지 않거나 기존 의료기관도 철수·폐업해 의료취약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료 인프라도 더 줄어들고, 악화된 의료 인프라는 인구 유출을 부추긴다. 지방 소멸과 의료체계 붕괴는 상호 작용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악순환 관계다.
특히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크고 유지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드는 응급·중증의료 영역은 민간에서 적정 공급을 기대하기 힘든 대표적인 시장실패 영역이다. 당연히 지방의 인구소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의료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한 지방의 응급·중증의료 공백은 해소되기 어렵다.
인구감소로 시장이 작동할 여건이 되지 않는 곳에서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길밖에 없다. 민간병원이 인프라 유지를 못 하면 정부가 돈을 들여서 민간 부분을 부양하거나 공공병원을 설립해 필수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의사인력을 양성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인력수급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의대 증원은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숫자를 늘리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의사가 어디에서 어떤 의료를 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지 못하는 인력 확대는 또 다른 왜곡을 낳을 뿐이다. 의사 수 확대와 필수의료 강화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 개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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