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23일 밝혔다. 또 1주택자라 하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투기용’ 주택의 양도세는 손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초 이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가능하면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울 부동산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세제개편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5월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기본세율(6~45%)에 더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까지 합치면 3주택자의 실효세율은 최대 82.5%에 이른다. 이 제도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부터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한 뒤 매년 이를 연장해 왔다.
정부가 이번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을 않기로 결정한 데는, 이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려 했던 측면이 크다. 5월10일부터 중과세가 이뤄지는 만큼, 이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그 전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투기용 1주택’에 대한 세제 개편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했다고 세금감면 (하는 건) 이상해 보인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가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세제를 고칠 건 아니지만, 토론해봐야 할 주제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1주택자는 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이면 양도차익의 24%를, 10년 이상은 최대 80%를 공제받는다. 하지만 투기용에 대해서까지 세금 감면을 해주는 건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과세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은) 마지막 수단으로 제일 좋지 않겠냐”면서도 “(집값이) 50억 넘는 데만 보유세를 부담시키자는 ‘50억 보유세’를 들어봤을 것이다. 제가 한단 건 아니지만, 그런 소문이 있더라는 뜻”이라고 했다. 고가 1주택에 대한 증세를 시사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같은 한 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애초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 강력한 규제정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세제 개편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제 카드는 쓰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되, 공급 확대만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세제 개편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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