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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이중잣대…성폭력 피해자는 ‘의심’받는데 가해자는 ‘이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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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이중잣대…성폭력 피해자는 ‘의심’받는데 가해자는 ‘이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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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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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술을 마신 경우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커지는 반면 가해자가 음주하면 사건 책임을 덜 묻는, 이른바 ‘음주 이중잣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편향은 여성 피해자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여성심리학회 누리집에 게시된 논문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 성별에 따른 음주에 대한 이중잣대 효과 검증’은 이런 실험 연구 결과를 담았다. 실험은 대학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모집한 19살 이상 65살 미만 성인 136명을 상대로 2025년 1월부터 두달 가량 진행됐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피해자-가해자의 음주 상태 및 피해자 성별만 다르게 만든 강간 사건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각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책임·통제가능성·동정심·비난·형량/배상 정도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 성폭력 사건에서 ‘술을 마셨다’는 정보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평가하는 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술을 마신 경우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책임 전가 정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가해자가 음주한 경우에는 가해자의 책임 정도와 통제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 피해자의 음주는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근거가 되는 반면, 가해자의 음주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라는 해석이 작용해 책임을 경감하는 요소처럼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이도 눈길을 끈다.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 실험 참가자들은 “술을 마신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거나 “피해자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을 더 많이 보였다. 반면 남성 피해자에 대해서는 음주 여부에 따른 평가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피해자 성별에 따라 ‘음주 이중잣대’ 양상이 다른 이유를 성별 고정관념의 영향으로 풀이했다. 남성의 음주는 자연스럽고 일시적인 일탈로 받아들이면서, 여성의 음주는 전통적인 여성성 규범에 어긋나는 성적 개방성, 무책임함 등으로 쉽게 연결시키는 사회적 편견이 판단에 작용한다는 의미다.



구조적 성차별이 공고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각종 성적 통념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발표된 한 국외 선행 연구는 강간과 강도 사건의 음주 정보가 책임 판단에 어떤 차이를 유발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저항하지 못한 경우 강도 사건 피해자보다 더 많이 비난받고 가해자는 덜 비난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국내 연구는 여성 성폭력 피해자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받는 등 공정한 수사·재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여성 피해자의 음주에 대한 시선이 남성보다 훨씬 엄격할 경우, 음주한 피해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약화된 상태임에도 그 책임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전가되는 판단이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며 “이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려는 여성 피해자에게 이중 낙인을 씌우며, 결과적으로 신고율 저하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범죄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음주한 피해자, 특히 여성 피해자가 정당한 보호와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음주 이중잣대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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