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피해자 급성 알코올 중독, 폭행·사망 인과 인정 못해"
法 "인과관계, 예견 가능성 있어…심신미약은 임의적 감경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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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스1) 김기현 기자 = 차량 안에서 만취한 50대 연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징역 5년형에 처해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신정일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폭행치사 등 혐의를 받는 A 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7월 2일 저녁과 다음날 새벽 사이 차 안에서 여자친구인 50대 B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경기 안성시 명륜동 소재 B 씨 주거지 주차장에서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탑승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타고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여러 차례 폭행하거나, A 씨가 욕설하며 수 회에 걸쳐 "일어나라"고 말하는 소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머리 부분을 수회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 있었기에 폭행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런 사정 등으로 피해자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녹취 기록 등을 보면 수 시간 동안 폭행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며 "피해자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지병이 있지 않았으며 평소 상당한 음주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과음 그 자체로 생명에 위험이 발생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검 감정서 등에 의하면 7월 3일 새벽 1시 20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때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머리 부위 둔력 손상으로 사망이 이뤄졌으며 어느 것이 결정적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둔력 손상이 여전히 주된 요인 중 하나라는 취지의 답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는 만취해 몸을 가눌 수도 없었고, 당시 연인 관계였던 피고인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제반 증거를 보면 피고인은 종종 술을 마시고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과 음주로 인한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해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데, 좁은 차 안에서 오랜 시간 폭행과 방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면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예견 가능성도 일반인 관점에서 있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 역시 술에 만취한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형이 감경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A 씨 측 '심신미약'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데리고 차를 직접 운전해서 집까지 무리 없이 주차를 하고, 중간에 지인과 통화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집에 잘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한다"며 "증거 능력이 인정된 최초 수사 보고서나 112 신고 내용 등을 봐도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은 임의적 감경 사유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일부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는 그 자체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를 스스로 야기한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며 "다만 회복이 불가능한 생명을 침해했음에도 수사 초기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점, 현재도 반성보다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는 점,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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