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팅 7cm' vs '매설 7cm' 해석 차이 쟁점…제3자 굴착 책임 공방도
최근 검찰 "증거 불충분" 시공사 무혐의 처분
동구청 항고하자, 시공사측 또 무혐의 확정되면 강경대응 예고
인천지방검찰청이 지난해 15일 통보한 불기소결정서./사진제공=시공사측 |
인천 동구청이 도로열선 설치 공사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지루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동구청은 고검에 항고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15일 동구청이 시공사 A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건설기술진흥법 및 도로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문제가 된 공사는 인천 동구청 관내 '새천년로 38번길, 재능로 자동제설장비(도로열선) 설치사업'이다. 3억7000여만원을 투입해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진행됐다. 새천년로와 재능로 일대에 도로열선 약 4km를 매설하고 제어함 2개, 적외선 센서 2대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공사 완료 후 열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절단 사고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기서부터 부실시공 논란도 벌어졌다.
동구청은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가 시방서에 명시된 열선 매설 깊이 약 7cm를 지키지 않았다며 전면 재시공을 요구했다. 시공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검찰의 판단은 동구청과 달랐다.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시공사 측은 "도면에 기재된 7cm는 도로 컷팅, 즉 절삭 깊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열재와 열선, 충전재가 적층되는 구조상 최종 매설 깊이는 7cm보다 얕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커팅 깊이와 매설 깊이가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동구청이 함께 제기한 무단 열선 절단 및 차단기 변경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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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팅 7cm'냐 '매설 7cm'냐…용어 해석이 가른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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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은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용어 해석이다. 시공사측은 "입찰 공고와 도면에는 '커팅 깊이 7cm' 또는 '매립 깊이 7cm'로 표기돼 있었고, 현장에서도 감독관 입회 하에 7cm를 절삭해 시공했다"며 "준공 1년이 지나서야 구청이 '왜 7cm 깊이에 묻히지 않았느냐'며 기준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부실시공 논란이 된 현장 모습./사진제공=동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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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굴착에 끊긴 열선…책임은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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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공방은 제3자 굴착 문제로도 번졌다. 열선이 훼손된 구간은 이후 진행된 LG유플러스 통신관로 공사와 인천중부수도사업소의 상수도 공사 과정에서 절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공사 측은 "명백한 원인자 훼손임에도 동구청이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시공사에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우선 복구 의사를 밝히고 착공계까지 제출했지만, 동구청이 이를 반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동구청은 현재 검찰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진행 중이다. 구 관계자는 "검찰에 자료를 충분히 보완해 제출했지만, 이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항고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A사 대표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했음에도 동구청은 불복하고 우리에게 책임만 전가한다"면서 "항고심에서도 무혐의가 확정될 경우, 허위 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무고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권현수 기자 khs@mt.co.kr 경기=이민호 기자 leegij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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