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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공과 자격증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서울경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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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공과 자격증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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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전문가 신화'가 혁신을 가로막을 때


1902년 세계적으로 존경받던 수학자이자 공기역학 권위자였던 사이먼 뉴컴은 인간의 동력 비행이 실용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무지한 발언이 아니었다. 당시의 물리학과 계산, 재료와 엔진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그의 결론은 합리적이었다. 다만 그의 판단에는 미래도 현재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고, 불과 18개월 뒤 정규 공기역학 교육을 받지 않은 라이트 형제는 이 전제를 깨뜨렸다.

해당 사례는 개인의 오판이라기보다, 전문성이 어떻게 스스로의 한계에 갇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국 사회는 대학 전공과 자격증을 전문성의 핵심 기준으로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일정 부분 이는 합리적이다.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 체계는 사회적 신뢰 비용을 낮추고, 책임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이 기준이 사고의 신뢰도까지 자동으로 보증하는 장치로 오인될 때 발생한다.

현실에서는 "그건 네 전공이 아니다", "자격이 없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문장이 논리 검증이 아니라 논의 차단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순간 논쟁의 기준은 근거와 데이터가 아니라 이력서와 명함이 된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대비가 등장한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혁신 사상가로 평가받는 피터 틸은 전통적인 의미의 기술 전문가가 아니다. 그는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이후 최초의 외부 투자자로 페이스북의 초기 성장을 이끌었고, 이후 다수의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대학 전공은 컴퓨터공학이나 경제학이 아닌 철학이다.

틸은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제, 경쟁의 정의, 실패를 회피하려는 집단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만약 전공 중심 사고가 절대 기준이었다면 그의 많은 문제 제기는 '현실성 부족'이나 '비전문적 주장'으로 초기 단계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경력은 혁신의 출발점이 종종 기존 전문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기존 믿음에 대한 질문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문성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위험이 있다. 바로 매몰비용이다. 한 분야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영역을 방어하려 한다. 새로운 접근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다른 프레임은 '비전문적인 것'으로 평가절하된다. 이때 전문성은 공공의 자산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방어막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과정이 누적되면 전문가 집단은 점차 기성권력화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발언권은 내부에 집중되고 외부의 문제 제기는 미숙함이나 위험성으로 치환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변화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는 사회를 만든다. 사이먼 뉴컴의 오류는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집단적 전제 고착의 결과였다.

물론 반론도 정당하다. 전공과 자격의 경계를 무너뜨리면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감정적 선동이 범람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를 약화시키는 것 대신에 전문성을 다루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정답이 아니라 가설이어야 한다. 전공과 자격은 발언권의 종착지가 아니라 더 엄격한 검증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혁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문성조차 검증 대상에 올릴 수 있는 지적 겸손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전문성을 신뢰하고 있는가, 아니면 숭배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차이를 혼동한 채, 또 다른 라이트 형제를 너무 일찍 탈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jm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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