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당 당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탄 양당 합당에 관해 “(혁신당의) 독자적 비전과 정책을 포기하면서 합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사실상 손을 놓은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사회권 보장을 위한 입법, 개헌, 부동산·조세 정의 등 진보적 의제들을 띄워왔다.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 중인 민주당과 통합 시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관철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표는 이날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서 열린 언론 질의응답에서 ‘합당하면 혁신당의 정책 DNA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민주당과 다른 독자적 정책과 비전을 이야기해온 게 혁신당의 DNA이고 조국의 DNA인데, 이를 유지·보존·발전·확대시키는 방식으로 합당 문제를 판단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정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나 검찰·사법 개혁 문제는 ‘(민주당과 입장이) 똑같아’ 답을 했고,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토지 공개념 문제 같은 경우는 혁신당의 독자적 비전과 정책이 있는데 이걸 저희가 포기하면서 (합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합당 문제는 단지 (민주당) 163석과 (혁신당) 12석의 합으로 보는 공학적 관점,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비전과 가치의 합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과 가치의 합이 이뤄지지 못하면 합이 안 되는 것이고, 비전과 가치의 합이 이뤄진다면, 혁신당의 정치적 DNA가 유지·보존·확대된다면, 그게 확장되는 방향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고 했다.
앞서 조 대표는 전날 “저희가 비전을 접고 선거용으로만 뭘 하겠다고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메시지는 양당 통합이 ‘정책 노선의 실질적 융합’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맨 마지막 결론을 전제해 놓고 거꾸로 소급해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합당 문제는 혁신당이건 민주당이건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합당 여부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병도 원내대표. 연합뉴스 |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도 합당 논의에서 혁신당의 정체성이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서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민주당과 구별되는 진보적 의제들을 우리가 앞장서서 제기하고 끌어 나간다는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나가고 민주·개혁 진보 세력이 연대하면서 국가적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해 왔다”면서 “사실 합당론이라는 것을 당 내부에서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해 보거나 다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좌완투수’를 자처한 혁신당과 통합할 경우 당이 주력하는 입법은 물론 정책 노선에서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혁신당이 바깥에 있으면서 (민주당보다) 왼쪽을 맡아주고, 이재명 대통령은 보수적 인사들을 기용하며 오른쪽 공간을 넓혀가는 게 훨씬 낫다”며 “합당해도 정책적으로 티격태격하면 당에서 쉽게 융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오는 24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합당 관련 당내 논의를 할 계획이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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