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여학생을 흉기로 때려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장애 학생에 대해 장애 정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형을 정했다며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ㄱ(19)씨에게 징역 장기 9년·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1일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는 평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자신을 만나주려고 하지 않자 2024년 8월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8차례 내려치는 등 살해하려 했지만 주변 제지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지적장애/심한장애’가 있는 장애인으로 등록된 상태다. 범행 당시 지능지수는 ‘55’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행동 조절이 되지 않아 난폭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 초등학교도 또래보다 1년 늦게 입학했다.
1심은 징역 장기 8년·단기 5년을 선고했는데, 2심은 ‘ㄱ씨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신의학과적 병력을 핑계로 책임을 경감하려는 모습만 보여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인 점’을 들어 징역 장기 9년·단기 5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양형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1·2심에서 지속적으로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이런 상태가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범 가능성 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부담하는 진단서, 진료기록부, 의무기록 사본 등의 자료를 제출했다”며 “그러나 1·2심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의 성장과정·보호환경·심신상태 조사와, 피고인의 정신질환 및 정신적 장애의 내용과 정도, 재범의 위험성, 치료의 필요성 등의 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추가적인 양형심리나 조사를 해야 함에도 그대로 변론이 종결됐다는 점을 대법원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조치와 판단에는 장애인인 소년에 대한 형사사건의 심리 및 적합한 처분 등에 대한 판단 방법, 정신적 장애 관련 주장에 대한 양형심리의 절차 및 양형판단의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조치와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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