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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편지함 속 AI는 얼마나 유용할까…구글의 새 실험작 ‘CC’ 한 달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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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편지함 속 AI는 얼마나 유용할까…구글의 새 실험작 ‘CC’ 한 달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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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미래™’라는 말에 조금씩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공감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최근 들어 매주 새로운 AI 기술이 쏟아지고, 이전의 ‘게임 체인저’를 훨씬 뛰어넘는 혁신이라며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은 적은 많지 않다.


현재 생성형 AI의 성과는 기대만큼이나 애매하다. 약속하는 가능성은 많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쏟아진 많은 기대와 달리, 현실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LLM 기반 시스템이 그럴듯한 어조로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확신에 찬 주장 이면에 중요한 맥락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다. 이런 한계는 기업 환경에서는 물론이고, 솔직히 말해 개인의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말을 앞두고 구글이 또 하나의 새로운 AI 어시스턴트를 조용히 공개했을 때, 회의적인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이번에는 약간 달라 보였다.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었고, 빠르게 발전하는 이 기술을 실제로 의미가 통하는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처럼 같았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기다려온 진정으로 쓸모 있는 온디맨드 어시스턴트의 토대를 마련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 최신 AI 중심 서비스의 이름은 ‘CC’로, 구글은 이를 ‘AI 생산성 에이전트’로 소개한다. 어디에서나 등장하는 구글의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와 달리, CC는 지메일 받은 편지함 안에만 존재한다. 이메일 환경에 완전히 자리 잡고, 필요할 때 정보를 정리해 주는 역할에 더해 사용자를 대신해 선제적으로 작업을 처리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이 접근 방식은 상당히 색다르다. 동시에 10여 년 전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안드로이드 기반 구글 나우(Google Now)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당시 이 시스템은 ‘선제적 지능’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아직까지도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마침 필자는 CC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었고, 지난 몇 주 동안 실제로 써보며 그 실체와 가능성을 살펴봤다.


구글 CC 살펴보기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지메일에서 구글 CC에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도, 첫인상은 상당히 담담하다. 현재 CC는 얼리 액세스 형태로 제공되며,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사용자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의 개인용 구글 계정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기업 계정은 제외되며, 유료 구글 AI 요금제 가입도 필요하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접근했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다.


화려한 가상 지니가 등장하거나, 받은 편지함 주변에 새로운 아이콘이나 애니메이션, 반짝이는 색상이 추가되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변화라고는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하는 것뿐이다. 그것으로 전부다.


하지만 그 이메일은, 잠시 멈춰 서서 내용을 다시 보게 만든다. 적어도 필자의 경험상 그 내용은 결코 형식적인 안내 메일이 아니었다.


웰컴 이메일은 CC가 기존 구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곧바로 보여줬다. 과거의 이메일과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학습하고, 그 조각들을 조합해 하루 일정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극도로 개인화된 메시지와 제안을 만들어낸다. 좋게 보면 유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CC 에이전트는 이메일 3번째 문장에서 필자의 과거 대화를 통해 파악한 매우 정확하지만 다소 사적인 정보 몇 가지를 아무렇지 않게 언급했다. 아래 이미지에서 필자가 블러 처리를 한 부분이다.


구글 CC는 개인 정보를 불러와 제안의 근거로 활용하지만,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다 보니 무엇이 적절한지, 혹은 사용자가 반길 만한지 항상 정확히 판단하지는 못한다.JR Raphael / Foundry

구글 CC는 개인 정보를 불러와 제안의 근거로 활용하지만,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지 않다 보니 무엇이 적절한지, 혹은 사용자가 반길 만한지 항상 정확히 판단하지는 못한다.JR Raphael / Foundry


도움과 불편함의 경계는 때로 매우 미묘하다. 특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개인적인 영역까지 알고 있는 듯 보일 때 그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필자의 경우, CC가 어머니의 별세를 가볍게 언급한 대목은 선을 조금 넘었다는 인상을 남겼다. 최소한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통의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한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CC는 사용자의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 구글 드라이브에서의 활동을 기반 데이터로 학습한다. 여기에 웹 전반에서 수집한 정보를 결합해 매일 아침 받은 편지함으로 일일 브리핑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것이 CC의 핵심 기능이다. 다만 여기에 더해 필요시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살펴볼 예정이다.


매일 아침 제공되는 일일 브리핑을 보고 있자니, 구글 나우가 떠올랐다. 구글 나우는 2012년 여름에 출시된 서비스로,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간 개념이었다. 사용자의 위치와 일상적인 활동 패턴, 구글 계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제 어떤 정보가 필요할지를 미리 예측한 뒤, 사용자가 요청하기도 전에 안드로이드 홈 화면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CC가 시도하는 방향은 이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구글 나우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는 못하고, 그 결과 역시 당시 구글 나우가 보여줬던 ‘예언에 가까운’ 느낌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접근 방식 자체만 놓고 보면, 두 서비스 사이에는 분명히 닮은꼴이 있다.


CC의 일일 브리핑

앞서 언급한 가족사 관련 표현을 제외하면 필자가 매일 받아본 구글 CC의 이메일 브리핑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됐다.


  • - 다가오는 하루 동안의 일정과 관련한 캘린더 이벤트 요약과 세부 정보
  • - 수신된 이메일을 바탕으로 정리한 할 일 목록. 납부해야 할 요금, 서명해야 할 문서, 검토가 필요한 제안서, 점검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문제 등이 포함됐다.
  • - 이메일에서 추출한 각종 알림. 예정된 행사, 소매 프로모션, 배송 예정 주문, 개인화되지 않은 홍보성 PR 제안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구글 CC의 브리핑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함께, 다소 이상할 정도로 중요도가 낮은 정보가 뒤섞여 있다.JR Raphael / Foundry

구글 CC의 브리핑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함께, 다소 이상할 정도로 중요도가 낮은 정보가 뒤섞여 있다.JR Raphael / Foundry


이런 브리핑은 때때로 놓치기 쉬운 정보를 짚어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평소 자동 결제로 설정돼 있어 거의 확인하지 않던 보험료가 2026년 초를 기점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동 결제가 해제돼 있었고, 이에 따른 납부 기한을 CC가 포착해 알려준 경우가 있었다. 또 다른 경우에는 과거 이메일을 다시 분석해 한동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일정과 관련된 정보를 보기 좋게 정리해 주기도 했다. 예컨대 곧 만료를 앞둔 기술 보호 구독 서비스에 대해 현재 비용과 혜택을 항목별로 정리해 보여주면서 갱신 여부와 시점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빈도로, 중요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도 함께 제시했다. 이 사용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왜 중요한지에 대한 관점을 거의 갖추지 못한 기술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결과, 평소라면 무시했을 스팸성 메시지를 하루 일정에 꼭 필요한 정보인 것처럼 끌어올리는 일이 잦았다. 받은 편지함 어딘가에 들어와 있던 자동화된 ‘사업자 대출 제안’을 강조하거나, 필자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앱 개발사가 보낸 사소한 안내 메시지를 매우 중요한 사안처럼 상단에 띄우는 식이다.


필자의 메일함에는 업무 메일과 개인 메일이 함께 섞여 있지만, 필자는 개인 사용자로서 특정 기업과는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받은 편지함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또 비교적 경계심을 갖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실제로 의미 있는 정보와 맥락 없는 무작위 정보를 구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기능이 향후 보다 본격적인 엔터프라이즈 환경으로 확산될 경우를 떠올리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 기능의 출시 시점 전후로 공개된 Computerworld 분석에서도 이런 우려가 지적된 바 있다.


“분석가들은 이런 도구의 이점으로 작용하는 정보 압축 자체가 미묘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요약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맥락이 사라지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로직에는 조직 내부의 실제 의사결정 방식과 맞지 않는 가정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필자가 겪은 사업자 대출 알림 오인 사례나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설정 알림을 떠올리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복잡한 기업 환경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누군가가 실제로 자신과 무관한 사안을 중요한 알림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즉시 인식하지 못한 채 후속 조치를 취하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매일 아침 CC 이메일을 열어보는 일이 점점 기대가 됐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CC가 어떤 정보를 끌어올려 보여줄지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인 받은 편지함에서 이미 정리된 하루 일정 요약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나쁘지 않다. 전달되는 정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 구글 CC 경험의 절반에 불과하다.


구글 CC의 온디멘드 기능

CC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온디맨드 상호작용이다. CC가 보내온 이메일에 직접 답장을 보내거나, 별도의 이메일을 보내 질문을 던지고 맞춤형 요청을 하는 기능으로, 개인적으로 자주 활용하지는 않았다. 사용 빈도가 낮은 이유는 기능 자체에 대한 무관심 때문은 아니었다.


구글 CC를 사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CC에 이메일을 보내 이 기능으로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상호작용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직접 물었다. 그러자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시스템은 응답을 보내왔다. 내용은 따라 하기 쉬운 활용 제안 목록이었고, 필자의 이메일에서 파악한 특정 인물 이름과 상황을 끌어와 문구를 개인화한 점도 눈에 띄었다.


구글 CC는 선제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기능 외에도 사용자가 원할 경우 받은 편지함 안에서 온디맨드 어시스턴트로 작동한다.JR Raphael / Foundry

구글 CC는 선제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기능 외에도 사용자가 원할 경우 받은 편지함 안에서 온디맨드 어시스턴트로 작동한다.JR Raphael / Foundry


하지만 일반적인 이메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AI 에이전트와 대화한다는 점 자체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보통 특정 버튼을 누르거나 별도의 패널을 열었을 때 이런 시스템이 등장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CC는 받은 편지함 속 평범한 연락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전에 문자 메시지 앱에서 제미나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음에도, 이런 방식이 미묘하게 낯설다. 즉각적인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사람처럼 보이는 답장이 도착하는 흐름 때문인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메일로 봇과 주고받는 소통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여기에 더해 제미나이 자체가 이미 지메일에 깊숙이 통합돼 있으며, 같은 온디맨드 기능을 받은 편지함 안에서 바로 수행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브라우저 차원에서는 크롬에도 동일한 시스템이 통합돼 있어, 받은 편지함 화면에서 불과 몇 픽셀 위에 이미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CC의 역할은 다소 중복적이다. 물론 이런 배치는 AI 기술을 가능한 모든 곳에 배치하려는 구글의 방향성과는 일관된 모습이기도 하다.


지메일 전반은 물론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CC의 온디맨드 기능과 제미나이 제안의 과도한 중복을 보라. AI는 실로 어디에나 있다. JR Raphael / Foundry

지메일 전반은 물론 그 너머까지 이어지는, CC의 온디맨드 기능과 제미나이 제안의 과도한 중복을 보라. AI는 실로 어디에나 있다. JR Raphael / Foundry


최근 구글은 지메일에 적용되는 새로운 AI 기능인 ‘AI 인박스(AI Inbox)’를 미리 공개했다. 이 기능은 말 그대로 AI를 활용해 이메일을 정리하고,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메시지와 그 안에 포함된 할 일을 한눈에 요약해 보여준다. 다만 CC와 달리 캘린더나 드라이브의 정보를 함께 활용하지는 않으며, CC가 제공하는 온디맨드 상호작용 기능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기능이 언젠가 통합된다면, AI 인박스는 CC의 개념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을 때 궁극적으로 향할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처럼 보인다.


CC는 아직 초기 실험실 테스트 단계이므로 현재 드러나는 거친 부분이나 다소 어색한 기능 중첩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아직 이 서비스가 언제, 혹은 과연 정식 기능으로 승격돼 폭넓게 제공될지, 나아가 기업 중심의 구글 워크스페이스 환경까지 확장될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 CC가 보여주는 모습은 가능성과 문제점이 뒤섞인 혼합물에 가깝다. 한편으로는 기대를 품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명한 한계도 드러낸다. 핵심은 이 서비스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자리 잡게 될지에 있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조용히 밀려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CC는 AI가 적절하고 유용하게 작동하는 공간으로 남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실질적인 가치가 불분명한 채 억지로 밀어 넣어진 또 하나의 영역으로 끝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CC 자신도 이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직접 물어봤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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