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로보틱스전략 첫 단추
필요따라 역할 변경 이동형 로봇
3년간 최대 1만5000대 판매목표
연매출 1500억~2000억원 기대
필요따라 역할 변경 이동형 로봇
3년간 최대 1만5000대 판매목표
연매출 1500억~2000억원 기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상용화 모델 및 탑 모듈 결합 콘셉트 모델 [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 상용화 모델 판매에 돌입,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꿴다. 오는 2028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그 이전 단계에서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먼저 창출해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최근 모베드의 첫 공식 제품소개서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모베드는 올 1분기부터 양산 및 판매에 들어간다. 생산은 에스엘(SL)을 통한 위탁 방식이다.
현대차는 향후 3년간 1만~1만5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는 1500억~2000억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모베드, 어디서든 이동하고, 무엇이든 수행하며, 누구나 사용”=로보틱스랩은 제품소개서를 통해 ‘어디서든 이동하고, 무엇이든 수행하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모베드의 가장 큰 특징인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단일 로봇이 아닌, 필요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이동 플랫폼이다. 상단에 다양한 모듈을 얹을 수 있어 쓰임새가 크게 달라진다.
판매 전략 역시 특정 용도보다는 폭넓은 활용 가능성에 맞춰 설계됐다. 예를 들어 상자를 실으면 실내외 물류·배송 로봇이 되고, 카메라를 장착하면 방송·영화 촬영용 무인 이동 장비로 활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달면 이동형 디지털 광고판이 되고, 센서를 활용하면 빌딩이나 산업단지를 돌아다니는 순찰 로봇 역할도 가능하다.
조금 더 생활에 가까운 활용도 가능하다. 골프백을 실은 무인 골프 카트로도 운용할 수 있어, 리조트나 골프장 등에서 사람을 따라 이동하며 장비를 운반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교육 현장에서는 로봇 실험용 이동체나 로보틱스 연구 플랫폼으로도 쓰인다. 하나의 기본 플랫폼에 어떤 장비를 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로봇이 되는 셈이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산업군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형 따라 균형 맞추고, 목적지 설정 및 주행까지 스스로 판단=모메드의 기술적 기반은 바퀴 위치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편심 메커니즘’이다. 모베드는 4개의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울퉁불퉁한 지면에서도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한다. 최대 ±10도 경사로와 최대 20㎝ 높이 장애물 주행이 가능해 실내외 환경을 가리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모베드 프로’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활용해 스스로 지도를 생성하고 경로를 설정한다. 센서와 탑모듈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모베드 베이식’은 연구·개발 및 커스터마이징 수요를 겨냥했다.
7인치 터치스크린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문 지식 없이도 목적지 설정과 주행이 가능하다. 모베드는 외형에서도 기존 산업용 로봇과 결이 다르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모베드의 디자인 철학으로 ‘절제된 선’을 제시한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탑재물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절제된 형태를 추구했다. 높은 평탄도와 고강성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직선적인 구조를 구현하면서도, 측면에는 곡선을 더해 긴장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살렸다. 직선과 곡선의 대비는 모베드의 역동적인 주행 동작과 맞물려 플랫폼의 기술적 성격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업 ‘기술’ 단계 넘어 ‘사업’ 단계 진입=모베드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략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웨어러블 로봇부터 서비스 로봇, 이동형 로봇,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로봇 풀라인업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 실현 주체는 두 축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담당하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그리고 웨어러블·서비스·이동형 로봇을 담당하는 로보틱스랩이다.
특히 로보틱스랩은 모베드 외에도 엑스블 숄더, 달이 딜리버리 등 14개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3개 라인업을 둔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달리 일반 사용자와 다양한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로봇’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보틱스랩은 매년 1~2개의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차기 상용화 모델은 조작 기능을 갖춘 로봇으로, 그리퍼와 손, 다족 보행 로봇 등으로 라인업을 넓혀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 센터(RAMC) 설립을 시작으로, 2027년 외부 고객사 확보, 2028년 메타플랜트(HMGMA) 물류라인 적용, 2030년 조립라인 확대 적용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베드는 가장 먼저 시장에서 검증받는 로봇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로봇이 중요하다”며 “모베드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사업이 기술 단계를 넘어 사업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상용화를 앞두고, 현대차 노사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해외 물량 이관과 신기술 도입(로봇 자동화)을 노사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행위는 단호히 거부한다. 노사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