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개별종목
금융위, 국내 허용방안 본격 검토
‘오천피’ 시대, 투자선택권 넓혀야
금융위, 국내 허용방안 본격 검토
‘오천피’ 시대, 투자선택권 넓혀야
코스피가 ‘꿈의 지수’ 50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투자 시장이 질적·양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엔 상품 관련 장벽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국내에선 출시 불가 상품이 홍콩 등 해외에선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관련 ETF에 투자하고자 국내가 아닌 홍콩 증시를 택하는 현실이다. 오천피 시대의 투자 문화가 지속되려면 투자자 선택 폭을 한층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허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은 운용사 대표 회의에서도 공식 건의됐던 사안”이라며 “해외에 이미 상장된 유사 상품 사례를 토대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현재 단일 종목 ETF 도입 시 시장 영향과 투자자 보호 측면의 효과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ETF 제도는 단일 종목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최소 10종목 이상을 편입하도록 의무화했다. 특정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하위 규정인 금융투자업규정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거래소 규정 개정은 사안의 성격과 중요도에 따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친다. 도입 방안이 확정될 경우 규정 정비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가 홍콩에 먼저 상장되며 달러 유출이 이어지자 운용업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돼 운용되고 있다. 홍콩은 지난해 3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을 허용했다. 유럽과 미국도 각각 2018년과 2022년에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 특히 반도체주가 급등하자 레버리지 상품을 찾아 해외로 이동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은 최근 한달 간 홍콩 자산운용사 CSOP의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와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를 각각 674만달러, 125만달러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데일리 2X 인버스 ETF도 33만달러 순매수했다. 높은 보수율(1.60%)과 고환율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고자 해외 시장에 직접 나선 셈이다.
운용업계는 제도 허용 시 국내 시장에서도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기대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단일 종목 ETF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관련 수요는 충분하다”며 “제도 허용을 대비해 내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위험 상품을 중심으로 규제 차익을 좇아 해외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해외로 유출된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는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ETF 시장의 깊이와 다양성을 확장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이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