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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신뢰 위에 ‘생산적 금융’의 돛을 올리는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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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신뢰 위에 ‘생산적 금융’의 돛을 올리는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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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지난 을사년(乙巳年),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라는 거시경제의 격랑을 국민적 저력으로 돌파해 왔다. 그러나 2026년은 단순히 위기를 견디는 차원을 넘어, 고착화된 저성장의 고리를 끊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혁신해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제는 관성적인 대응을 넘어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지금 전 세계는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국가의 패권을 좌우하는 ‘기술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이 거대한 파고 속에서 우리 금융이 지향해야 할 좌표는 명확하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 과도하게 쏠린 유동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이다. 가계 자산의 약 64%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고, 관련 신용 공급이 GDP 대비 162%를 상회하는 기형적 구조는 혁신 산업으로 흘러가야 할 혈맥을 막고 있다. 정부가 출범시키는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이러한 자금의 흐름을 첨단 산업 생태계와 메가 프로젝트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이는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전환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은 금융 시장을 향한 ‘무거운 신뢰’다. 투자자는 믿을 수 없는 시장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지 않는다. 과거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 이슈는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어야 할 가용 자본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 당국이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이 시의적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사후 수습에 치우쳤던 관행을 탈피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감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번 로드맵의 핵심은 명료하다. 첫째, 데이터 기반의 상시 감시 체계를 고도화하여 소비자 피해 요인을 조기에 식별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둘째, 단기 성과주의를 배격하고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고객 중심 경영’의 내재화다. 금융회사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여, 성장의 결실이 고객의 자산 증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고도화되는 민생침해 금융범죄에 대응하여 서민 재산을 보호할 촘촘한 디지털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다.

2026년은 금융소비자 보호가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금융 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임을 입증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담보될 때, 비로소 시중의 부동 자금은 리스크를 감내하며 생산적 투자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 ‘견고한 소비자 보호’라는 토대 위에 ‘혁신적 자본 공급’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 금융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