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필자가 한때 좋아했던 작가 중에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쓰는 이가 있다. ‘아무개’라는 말은 “‘아무’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아무’는 어떤 사람을 특별히 지칭하지 않고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아무개’란 말은 ‘이 씨 중에서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지 않고 아무나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 된다. 흔히 “아무나 오시오.”라고 할 때 쓰는 ‘아무’와 같다. ‘개’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아지와 관련 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네 일상에서 아주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반려견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아무개라고 하는 단어는 ‘아무 + 개’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개’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낮추어 부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일반적인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특히 고어에서는 ‘이개, 저개, 아무개, 그개’처럼 다양하게 써 왔다. 어린 시절에 싸움하면 늘 하던 말이 “이개 까불고 있어!”라고 하던 말을 기억할 것이다. 보통은 ‘이것이’로 생각하고 있으나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라는 말로 ‘개’를 써 왔음을 알 수 있다.
‘개’라는 말은 원래 ‘가히’라는 말로 썼다. 숙종 2년(1676)에 간행된 <첩해신어(捷解新語)>라는 책에 보면 “아무 가히 이러 오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가히’가 변해 ‘개’가 되었다. <계축일기(癸丑日記)> 60쪽에 “아모개 상소하려 하니”라고 나타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이 ‘가히’는 ‘갇>갈>갈이>가리>가히>가이>개’로 변했다고 본다(서정범, 새한국어어원사전>). 우리가 흔히 ‘가시버시(부부를 정답게 이르는 또는 귀엽게 이르는 말)’에서 ‘가시’는 ‘갓’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갓은 ‘처(妻)’ 혹은 ‘여(女)’와 같은 어원이다. 과거에 필자가 쓴 글 중에 멍텅구리에서 ‘구리’가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고, 군바리, 악바리라고 할 때 ‘바리’도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썼다. 오늘의 주제어인 ‘개’도 또한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말에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들이 참으로 많다. “끼리끼리 잘 논다.”라고 비꼬는 표현에서 ‘끼리’라는 말도 ‘길’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길’이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어휘는 우리와 같은 어족에서 많이 보인다. 몽골(mongol)이라고 할 때의 ‘골’, 위그르(uigul)라고 할 때 ‘글’이 모두 동일한 어원을 지니고 있다(서정범, <새한국어어원사전> 참조). 뿐만 아니라 높은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말 중에 ‘간(칸, 한)’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신라시대에 왕을 일컫는 말 중에 ‘마립간(麻立干)’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각간(角干)이니 대각간(大角干), 태대각간(太大角干)과 같은 단어에 나타난 ‘간’이 바로 ‘사람’을 의미한다. 몽골의 전사 칭키즈칸에 들어 있는 ‘칸’도 이와 같은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위대한 영웅이라는 의미의 간(칸)도 나중에는 일반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꾼(군, 일꾼, 농군, 노름꾼)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노라는 원래 ‘조선 시대 세자빈을 높여 부르던 말’이었다. 지금 ‘마누라’라고 하면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 되었다. 오히려 낮추어 부르는 말이라고 나타난 사전도 있다. 사실 필자의 아내도 ‘마누라’라고 부르면 싫어한다. ‘어라하’는 백제어로 임금을 부르는 말이었다. 여기서 ‘하’는 높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호격 조사이다. 그러므로 ‘어라하 만수’는 “임금님이여 만수무강하소서!”라고 하는 말인데, 요즘은 ‘어라하>에라하>에라이’로 바뀌어서 마치 감탄사처럼 들리다. 이 또한 욕을 할 때 쓰는 발어사로 되어 “에라이 나쁜 놈아!”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언어는 늘 변한다. 과거의 의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으나, 과거에 좋은 말이로 쓰던 것이라고 해서 현대 사회에서도 좋은 의미라는 보장은 없다. ‘나쁜’이 과거에는 ‘높은’과 같은 의미로 썼다. ‘那奔은高也라(‘나쁜’은 ‘높다’의 뜻이다)’를 깊이 새겨 봐야 한다.(‘나쁜’과 ‘높은’은 어원이 같다.) 그러므로 언어의 변화에 각별히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말에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들이 참으로 많다. “끼리끼리 잘 논다.”라고 비꼬는 표현에서 ‘끼리’라는 말도 ‘길’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길’이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어휘는 우리와 같은 어족에서 많이 보인다. 몽골(mongol)이라고 할 때의 ‘골’, 위그르(uigul)라고 할 때 ‘글’이 모두 동일한 어원을 지니고 있다(서정범, <새한국어어원사전> 참조). 뿐만 아니라 높은 사람을 나타낼 때 쓰는 말 중에 ‘간(칸, 한)’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신라시대에 왕을 일컫는 말 중에 ‘마립간(麻立干)’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각간(角干)이니 대각간(大角干), 태대각간(太大角干)과 같은 단어에 나타난 ‘간’이 바로 ‘사람’을 의미한다. 몽골의 전사 칭키즈칸에 들어 있는 ‘칸’도 이와 같은 말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위대한 영웅이라는 의미의 간(칸)도 나중에는 일반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꾼(군, 일꾼, 농군, 노름꾼)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노라는 원래 ‘조선 시대 세자빈을 높여 부르던 말’이었다. 지금 ‘마누라’라고 하면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 되었다. 오히려 낮추어 부르는 말이라고 나타난 사전도 있다. 사실 필자의 아내도 ‘마누라’라고 부르면 싫어한다. ‘어라하’는 백제어로 임금을 부르는 말이었다. 여기서 ‘하’는 높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호격 조사이다. 그러므로 ‘어라하 만수’는 “임금님이여 만수무강하소서!”라고 하는 말인데, 요즘은 ‘어라하>에라하>에라이’로 바뀌어서 마치 감탄사처럼 들리다. 이 또한 욕을 할 때 쓰는 발어사로 되어 “에라이 나쁜 놈아!”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언어는 늘 변한다. 과거의 의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으나, 과거에 좋은 말이로 쓰던 것이라고 해서 현대 사회에서도 좋은 의미라는 보장은 없다. ‘나쁜’이 과거에는 ‘높은’과 같은 의미로 썼다. ‘那奔은高也라(‘나쁜’은 ‘높다’의 뜻이다)’를 깊이 새겨 봐야 한다.(‘나쁜’과 ‘높은’은 어원이 같다.) 그러므로 언어의 변화에 각별히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환갑이 넘은 사람들은 “개 멋있어!”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아이고!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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